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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ETF가 금융위기를 일으킨다고?

  • 2018.10.19(금) 11:35

'ETF 거래 급증이 위기의 뇌관' 논쟁 치열
기계적 매수로 왜곡 초래 vs 근거 불명확

2008년 금융위기는 어느새 10년도 더 된 이야기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몸서리를 치죠. 당시 국제부에 근무했던 기자 역시 기억에 생생합니다. 때마침 국내 증시는 추석 연휴로 휴장 중이었고 리먼브러더스 파산 소식으로 연휴 중에 글로벌 증시 폭락 기사를 쓰느라 분주했습니다. 뒤늦게 개장한 국내 주식시장은 6% 이상 고꾸라졌죠. 그 뒤에도 위기의 여파는 참 오래갔습니다.

 

 

최근 미국의 증시 급락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4% 이상 빠지며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습니다. 코스피의 경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보다 더 큰 낙폭이었는데요.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 더해 미·중간 무역분쟁 여파로 한국 증시도 악재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시장 급락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목한 주장이 눈길을 끕니다. ETF는 특정 지수에 연동하는 인덱스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펀드와 주식의 장점만 모은 매력이 부각하면서 거래가 증가하고 있죠.

 

전 세계 ETF 규모는 5조 달러, 우리 돈으로 55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국내에서는 ETF가 2000년대 초 도입된 후 처음엔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새 거래량이 급증하며 4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는 패시브 펀드에 대한 선호도 증가가 크게 작용했는데요. ETF가 패시브 펀드로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TF가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거래 규모가 급증하면서 일부에서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ETF의 경우 기계적으로 추종지수 구성 종목을 사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특정 종목군들의 경우 실제 펀더멘털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시장 왜곡을 만들고, 특히 시장이 흔들릴 때 대규모 매도가 나오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시장 낙폭이 과도하게 커진 것 또한 ETF가 원흉이 됐을 수 있다는 논리죠.

 

지난여름 국내 한 증권사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분석을 인용해 ETF는 상품구조 특성 상 유동성이 좋은 일부 대형주를 대량으로 매수하면서 이들 주식이 비정상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며 이것이 시장 버블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위기 때마다 검증이 되지 않은 구조화 상품들이 숨겨진 약점을 드러냈는데 ETF 역시 거래 쏠림과 그 이후의 대량 매도로 인해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를 정면 반박하는 보고서도 나왔는데요. 실제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과장된 우려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패시브 펀드가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 인덱스 편입종목의 시가총액 변동이 균등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 대형주 인덱스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추이를 볼 때, 업종별로 큰 폭의 확대와 축소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즉 인덱스 내 각 업종들의 시가총액 변동 상으로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S&P 500 지수 내 업종별 비중의 평균 대비 표준편차도 시기별로 크게 변동을 했고, 시가총액 변동 역시 개별 업종의 성과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패시브 펀드의 영향이 제한적인 근거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ETF가 합리적인 시장가치 산정을 교란한다고 할 만한 정황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모두가 아는 위기는 이미 위기가 아니다'고 하죠. 자넷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재직 시절 지속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결함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앞으로 2008년 금융위가 같은 위기는 다시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죠.

 

ETF뿐 아니라 알고리즘 매매나 로보 어드바이저 등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의 경우 아직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시장 변동성을 악화시켜 오히려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공공연히 나오는 얘기입니다. ETF의 금융위기 뇌관 여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분명한 것은 시장의 체질 측면에서는 이 같은 논의 자체는 상당히 건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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