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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차이나워치]④먹구름 낀 중계무역 중심지 칭다오

  • 2019.01.31(목) 09:00

한때 中진출 교두보 였지만 분위기 침울
임금 오르고 사람 떠나고 환경 규제까지
美中 관세장벽 우려로 불안감 확산돼

[칭다오=이돈섭 기자] "여기 사람 100명한테 물어보면 100명 전부 희망 없다고 할 겁니다. 그냥 버티는 겁니다. 베트남이나 미얀마 진출도 검토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건데, 어디 쉽겠습니까. 진출 비용을 생각하면 중국이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싼 임금과 큰 시장을 찾아 중국에 온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정부 제재는 기업 숨통을 조여온다. 미중 무역분쟁은 심리적 압박감을 키워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중국 칭다오(靑島) 진출 한국기업 이야기다. 칭다오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제조기업이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곳. 하지만 지금은 칭다오를 떠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 지역 한 기업인은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중국 본토 기업에 밀려서 죽어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즈니스워치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칭다오를 찾아 기업인들과 시정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확실한 것은 중국의 눈높이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 기업을 찾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칭다오시 시가지 풍경. 해안가 너머 계획 단지가 보인다. [사진=이돈섭 기자]

◇ 中 진출 '교두보' 였던 칭다오

칭다오는 중국 정부가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 중 '일로(一路)'를 여는 첫 관문이다. '일로'는 우리나라 서해에서 베트남, 인도, 케냐까지 인도양 연안을 연결하는 해상로를 가리킨다. 인천과 마주보고 있어 한국·일본 등과 해상 무역이 쉽다. 이른바 '황해권 경제 요충지'다.

중국인 근로자가 악세사리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칭다오시 청양구에는 1992년 수교 이후 국내 노동집약형 제조업체들이 다수 진입했다. [사진=이돈섭 기자]

한국 기업이 칭다오에 최초로 발을 디딘 것은 1989년. 이후 1992년 수교가 맺어지고 시장이 열리면서 섬유·의복·전자·기계·신발·완구·보석 등 노동집약형 기업이 칭다오를 찾았다. 저렴한 인건비와 방대한 시장이 매력적이었다.

칭다오시정부 관계자는 "당시는 칭다오에서 차로 5시간 넘게 걸리는 농촌 지역에서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며 "기업들이 사람들을 고용하니 이 지역 경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급격하게 발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칭다오를 거쳐간 국내 기업 수는 현재까지 무려 2만여개에 달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반이 채 안 걸려 가깝고, 당시 인건비도 국내의 4분의 1 수준이라 3자 무역 생산기지로 안성맞춤이었다.

칭다오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은 "2000년대 초까지는 세계 경기도 좋아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중국으로 몰리기도 했다"며 "외자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중국 정부와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임금 오르고 사람 떠나고

대표적인 지역이 청양(城阳)구다. 칭다오시 6개 구(區) 중 하나인 청양은 한국 악세사리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을 거친 국내 악세사리 기업수만 800여개에 달한다. 가로등 하나 없던 청양에 주택이 들어서고 도로가 깔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20년 넘게 청양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방상명 재중공예품협회 회장은 "한국경제 발전속도가 100km라면 중국은 240km"라면서 "중국인들 삶의 질이 급격하게 좋아지면서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임금 상승이다. 중국 각 도시는 매년 물가 수준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새로 산정한다. 지난해 칭다오의 월 최저임금은 1910위안. 32만원정도다. 10년 전 760위안(약 12만원)에서 3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 최저임금은 2배 가량 상승했다.

방상명 재중공예품협회 회장은 "한국경제 발전속도가 100km라면 중국은 240km"라면서 "중국인들 삶의 질이 급격하게 좋아지면서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사진=이돈섭 기자]

상승폭이 가파르다보니 중국 진출 당시 누렸던 비용 절감 효과가 퇴색됐다. 칭다오 시가지가 개발되면서 서비스업종으로 인력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남부럽지 않게 성장한 젊은이들은 청양 공장을 등졌다.

중국 정부가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중국 정부는 3~4년 전부터 대기오염방지법과 물오염방지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환경보호법안을 다수 제정했다. 종래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었지만 처벌 수준을 높이고 규제 범위를 넓혔다.

악세사리 제조 과정 중 도금 공정은 필수적이다. 작업 과정 중 오폐수가 방출되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오르내린다. 방 회장은 "문제는 규제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라며 "정화 시설을 설치하고 점검도 받았지만 시설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고 토로했다.

"작년 칭다오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어요. 칭다오 시내에 있는 기업들은 다 문을 닫았습니다. 청양도 설마 문을 닫으라고 할까 생각했는데 닫으라고 하더군요. 길게는 보름동안 영업을 하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언제 환경 문제를 들어 철수하라고 할 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 무역분쟁으로 불안감 확산

청양구 공업 단지에는 인력을 구하고 있다는 표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돈섭 기자]

이 와중에 미중 무역분쟁이 일어나면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물품을 미국과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 관세가 지난해 10%로 오르면서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칭다오에서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올해 미중 간 협상이 잘 안 돼 관세가 25%까지 올라갈 것에 대비, 사재기 물량이 나타나 작년 겨울 물류운임이 급격하게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발주하면 한국에서 중국으로 생산주문을 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3자 무역 전개업체가 칭다오에 많다"면서 "관세 여파로 미국 발주물량이 줄면서 중국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중국 내수시장 상황이 받쳐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중국 기업과 경쟁도 심화되면서 분위기는 악화일로다. 중국 기업은 10% 관세를 감안, 가격을 깎아 제시하면서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쫓아낸 뒤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를 따라잡기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중국을 떠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칭다오시정부 관계자는 "최근 관세 리스크로 스트레스를 받아 베트남과 미얀마 시장 현황을 묻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면서 "한국으로 유턴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한국도 최저임금이 올라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중국경제 격변의 시기를 대비할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오는 2월27일 개최할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이다.

2014년부터 시작해 여섯번째로 중국을 둘러싼 경제 상황을 톺아보는 자리다. G2의 갈등이 언제 어떤 국면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번 포럼에는 중량감 있는 미국·중국·통상 분야 전문가 및 학자들을 초빙해 다양한 시각을 점검키로 했다.

우선 김시중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이 G2의 갈등 상황을 짚고 향후 추이를 조망한다. 김 교수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활로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영관 연구위원이 미·중 갈등 여파를 최소화 시킬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제언을 던진다. 수출과 내수, 투자 등 전면적으로 잿빛 일색인 한국 경제를 터널 밖 탈출구로 이끌 혜안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한다. 대륙의 기업부채와 부동산 거품, 통상 마찰로 인한 기업부도 우려 등 다양한 면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는 순서다.

세 전문가의 발표 뒤에는 토론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제경제를 섭렵한 발표자가 견해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토론은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주상하이총영사,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주유럽연합(EU)대사 등을 역임한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이 조율을 맡았다. 토론시간에는 일반 참여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이어진다.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은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에서 열린다. 홍콩투자청이 후원하며 기업과 금융사 기획·전략·투자 담당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250명 정도 참석이 예상된다. 세미나 참가비는 무료며,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http://news.bizwatch.co.kr/forum/2019/chinawatch)에서 사전 등록해야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
▲ 신청 :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참가자 사전등록 접수 중
▲ 문의 : 비즈니스워치 차이나워치 포럼 사무국 (02-78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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