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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전자투표에 미래 건 미래에셋 승부사

  • 2019.03.26(화) 10:00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플랫폼V' 팀장
민간기업 최초 전자투표 시스템 참여
주주와 소통기능 강화·무료로 '차별화'

이른바 '3% 룰'에 따른 의결정족수 부족 우려를 비롯해 쉐도우보팅(그림자 투표)의 폐지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등으로 기업들의 '주총 공포'가 가시화하고 있다. 전자투표가 그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사용하려면 적지 않은 이용료가 붙는다.

하지만 무료인 전자투표 시스템도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2월에 정식 오픈한 주주총회용 전자투표 시스템 '플랫폼V'다.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인 플랫폼 V는 상장사들의 관심을 받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주주와 소통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무료를 내건 미래에셋대우의 도전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공짜 서비스 뒤에는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미래에셋대우의 큰 그림이 담겨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표 기능을 넘어 주주와 기업을 이어주고 투자 정보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플랫폼V 팀장

전자투표 시스템 '플랫폼V'의 런칭을 이끈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팀장은 지난 19일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에서 한화케미칼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대우건설과 일진그룹, 한국콜마그룹 등 주요 기업을 포함한 99개사와 플랫폼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옛 대우증권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플랫폼V는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2월에 정식 오픈한 주주총회용 전자투표 시스템이다. 그동안 한국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 시스템을 유일하게 서비스해왔으나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K-eVote'는 자본금 규모와 주주 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이용료가 붙지만 미래에셋대우의 서비스는 공짜다. 기업 소개 및 주총 안건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올릴 수 있다. 주주들에게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총 일정 등을 안내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K-eVote를 이용한 기업 수는 이달 말경에나 최종 집계될 예정인데 지난해 480여곳에 비해 확대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의 플랫폼V는 올해 처음임에도 100여 곳에 달하는 상장사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른 주총 안건 부결 이슈와 거리가 먼 대기업들까지 참여했다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기업들의 주주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플랫폼V에서는 회사의 기업소개(IR) 자료와 주총 안건과 관련한 상세한 설명자료를 업로드 할 수 있다"라며 "미래에셋대우의 오프라인 지점 영업직원이 직접 주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자투표 독려를 할 수 있다는 점 등 기존 시스템보다 주주와의 접촉 면적이 넓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료화를 내건 이유는 더 많은 주주들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소개했다.

이 팀장은 "만약 유료로 했다면 미래에셋대우 고객 가운데 마케팅 정보제공 동의를 한 고객에게만 주총 알림 서비스를 할 수 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할 요인이 있겠느냐란 의구심이 있을 텐데 이런 것들을 고려해 무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주주와의 소통 기능을 강화한 이유에 대해선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기업 입장에선 그동안 의결정족수를 편하게 확보했던 쉐도우보팅제가 폐지됐고 기관투자자들의 성의없는 의결권 행사도 스튜어트십코드 도입으로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개인 소액 주주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플랫폼V 팀장.

이어 "일반 기업이 주주와 접촉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주주명부에 있는 주소로 인쇄물을 보내는 것 밖에 없으나 잘 읽히지 않는다"라며 "유용한 소통 수단은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모바일 안내인데 미래에셋대우가 이를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업이 요청하면 미래에셋대우 직원이 주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주총 전자투표를 독려한다고 소개했다.

이 팀장은 "감사 선임이 어렵거나 정족수가 부족해 안건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이 도움을 요청하면 영업지점과 협의해 직원이 주주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라며 "영업직원 입장에서도 고객과 커뮤니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옛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시절부터 확보한 개인 주식 투자자 고객 수가 무려 360만명에 달한다. 국내 개인 주식투자자 약 500만명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가 플랫폼V의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이 팀장은 플랫폼V에 핀테크 서비스를 접목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업과 주주에게 차별화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에는 외국 사례처럼 핀테크를 접목해 기관투자자와 상장사를 연결해주는 정보 플랫폼 역할을 맡게 할 것"이라며 "단순한 투표 기능에 머물지 않고 투자사와 상장사간 의사소통 채널 및 IR과 자금조달 창구 기능을 강화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미래에셋대우 경영진도 증권업계 리딩 회사로서 상장사들을 지원하고 투자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본다"라며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에 급급하기 보다 상장사와 주주를 위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면 중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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