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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중심' 한국형 기업구조조정 시장 열린다

  • 2019.07.26(금) 15:45

'채권은행→자본시장' 기업구조조정 변화 필요
정책금융기관·민간 금융투자업자도 참여 확대

#경남 김해에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 디에이치피이엔지는 조선업 불황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6년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회사를 절망의 나락에서 구한 것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회생 프로그램인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back, S&LB)'. 

즉 캠코가 기업의 자산을 사들였다가 해당 기업에 재임대해 유동성을 높이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캠코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업체 공장을 매각한 이후 채무 상환 및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결국 3년만에 회생시켰다.    

금융당국이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캠코 같은 정책금융 지원을 적극 모색한다. 민간의 모험자본을 활용,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기업 체질 강화를 돕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경남 김해에 있는 디에이치피이엔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디에이치피이엔지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 보고를 받고 현장 애로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위원장은 "기업의 시장성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시장 중심 구조조정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 구조조정에 대한 기업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성공사례를 시장에 전파해 그 과실이 기업, 투자자, 근로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구조조정 정책, 민간 투자 활성화에 초점 

우리나라는 과거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채권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에 집중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신속한 회생 절차를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스스로 자립하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채권은행이 자금 회수에 주력하다 보니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은 난망했다. 회생 과정에서 핵심 경영자만 살아남고 직원들은 피해를 떠안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처럼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펀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위원장의 김해 현장 방문 다음으로 곧바로 부산에서 열린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 혁신방향 토론회'에선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운용규모 확대 및 운용방식 다양화에 대한 의견이 모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캠코와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이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발표했고, 기업구조조정 제도 점검 TF 위원들은 자본시장 중심 구조조정 활성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시장 육성을 위해 정책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우선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유암코는 부실채권(NPL) 투자보다 기업 구조조정에 더 많은 투자에 나선다. 유암코는 작년말 기준으로 NPL에 2조6000억원, 기업 구조조정에 1조4000억원의 투자잔액을 기록 중이다. 오는 2020년에 기업 구조조정에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캠코도 경영정상화 PEF에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한다. 매년 2000억원씩을 투자해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끌어오는 역할을 맡는다.  


◇ 정책금융 역할 강화, 투자자 유인

다양한 민간 투자자 확보도 필요하다. 아직은 시장형성 초기 단계로 투자에 대한 리스크와 회수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민간 금융투자업자의 유인이 부족하다.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인 캠코와 성장금융, 유암코 등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구조조정 시장에 대한 관심이 충분하나 초기 시장이다 보니 리스크 관리와 제도적인 부분에서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투자업자의 진입을 막는 규제는 따로 없고, 최근 민간 자본이 구조조정 시장에 투자한 사례가 있어 주목하고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에서 성공 사례가 쌓이면 금융투자업자도 리스크 관리 부분에서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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