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1등 증권사, 최고 꿈꾸다]②서러운 '동네북' 신세 면하려면

  • 2019.11.01(금) 17:04

모험자본 높은 리스크, 부정적 시선으로
증권업 둘러싼 왜곡된 이미지 걷어내야

'증권 업계 1위'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한 초대형 IB(투자은행)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증권사들이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비롯해 IB와 자산관리(WM), 해외 사업 등에서 도드라진 성적을 거두며 국내 금융투자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아울러 업계 최고라는 자부심만큼이나 규제의 대상으로서 1등이 짊어지는 무게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증권업을 선도하는 메이저의 면면을 살펴보고 금융투자 산업이 가야할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사옥 앞에선 웅진코웨이 노조 관계자 100명 가량이 운집한 집회가 열렸다. 웅진코웨이 제품의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매각 주관사인 한투증권측에 자신들의 고용 승계를 주장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100m 떨어진 금융감독원 앞에서 투자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의 당국 책임을 지적하는 규탄 집회가 자주 열리긴 하지만 한투증권 앞에서 외부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 업계에선 "왜 엉뚱한 증권사에 책임을 묻는가"란 얘기가 나왔다. 웅진코웨이 매각 결정권자가 아닌 주관사측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7월에는 이른바 '인보사(인보사케이쥬)' 성분 변경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주선한 한투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증권사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상장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한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정작 인보사 성분 허가를 내준 식약청이나 상장 심사자인 한국거래소에 책임을 묻지 않고 애꿎은 상장 주관사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시장 개척 리스크에 모험자본 이미지로 수난

한투증권과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이른바 '초대형 투자은행(IB)'이다. 기업 신용공여와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사업 등을 발판으로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는 '메이저'이기도 하다.

이들 주요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해외투자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으나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어깨를 잔뜩 움추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투증권만 해도 올 들어 세번이나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코오롱티슈진 외에도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주선 이유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

가뜩이나 증권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차가운데 부정적 이슈에 휘말리면 자칫 금융투자업 전체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2011년 미국 뉴욕의 경제 중심거리에서 촉발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최근에 아른거린다고 걱정했다.

그는 "은행은 안정적인 대출을 통한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지만 그렇지 못한 증권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라며 "증권사들은 우리나라 자본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왔음에도 모험자본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대중으로부터 좋지 않은 인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왜곡된 이미지 걷고 글로벌 경쟁력 키워줘야

우리나라도 미국과 일본, 유럽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금융투자업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왜곡된 이미지를 걷어내고 글로벌 경쟁력이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가계자산은 아직까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나 다른 주요 선진국의 사례처럼 금융자산으로 무게추가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리테일 자산 증대 관점에서의 글로벌 자산운용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가계자산은 저성장·저금리 기조로의 전환과 고령화의 빠른 진전이라는 변화를 겪음에도 여전히 실물자산이 60%이며 금융자산 내 예금보험 비중도 1970년대 이후 내내 60~7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기조를 겪은 일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가계도 노후 대비를 위해 지속적 자산축적과 자산 유동화를 가능케하는 금융자산·금융투자상품 증대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메이저 IB들이 궁극적으로 경쟁해야할 무대는 글로벌"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하고 상호 발전이 가능한 경쟁이 진행돼야 하고 업계 1등 경쟁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질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