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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증권사, 최고 꿈꾸다]①-1그들이 '넘버원' 이유

  • 2019.10.31(목) 16:39

대형화로 1등 경쟁 치열, 경쟁력 강화 계기
자기자본·순이익, 사업 역량 따라 1위 달라

'증권 업계 1위'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한 초대형 IB(투자은행)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증권사들이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비롯해 IB와 자산관리(WM), 해외 사업 등에서 도드라진 성적을 거두며 국내 금융투자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아울러 업계 최고라는 자부심만큼이나 규제의 대상으로서 1등이 짊어지는 무게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증권업을 선도하는 메이저의 면면을 살펴보고 금융투자 산업이 가야할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국내에서 활동하는 증권사는 몇개나 될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를 포함해 올 6월말 기준 57개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해도 64개사에 달했던 증권사 수는 10년 동안 7개사가 감소했다.

이는 정부의 대형사 육성 정책으로 인한 증권사간 인수합병(M&A)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일정 규모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 발행어음 등 신사업 면허를 내주면서 대형화 및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이 기간 증권사 수는 줄었으나 자기자본 규모는 오히려 확대됐다. 올 6월말 기준 증권사들의 합산 자기자본은 58조원으로 10년 전인 2009년말(31조원) 보다 거의 두배 증가했다.

각 증권사들이 대규모 자본 확충을 부단히 벌여왔기 때문이다. 올 들어선 한화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 미래에셋대우, 자기자본 압도적 1위해외서 펄펄

자기자본을 확대하면 재무 위험을 완화시키고 신규 사업에 투자할 자본 여력이 있어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가용 재원이 넉넉해 남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베팅할 수 있고 더 큰 수확물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자기자본이 큰 증권사는 '규모의 경제' 효과 때문에 실적이 좋다. 올 들어 1000억원 이상 분기 순이익을 달성한 증권사가 하나같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기자본 규모는 증권사의 사업 규모와 시장 지위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자본 규모에 따라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 등 할 수 있는 업무가 달라진다. 규제 지표인 순자본비율, 레버리지 비율 등도 이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신용평가사가 증권 산업을 평가할 때 자본 사이즈를 중요하게 살피는 이유다.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기준으로 업계 '탑(Top)은' 단연 미래에셋대우다. 올 6월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자본총계는 8조원대로 최대 경쟁사인 NH투자증권(5조원대)보다 무려 3조원이나 많다. 초대형 IB의 충족 요건인 4조원을 훌쩍 넘은 금액인데다 다른 증권사들의 자본 그릇 사이즈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의 든든한 자본력은 신사업 확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오너'인 박현주 회장은 일찌감치 해외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투자로 눈을 돌렸는데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막강한 자기자본을 활용해 해외에서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호텔(9500만 달러), 아마존 물류센터(7800만 달러) 등의 대체 투자자산과 영국 캐논브릿지 하우스 빌딩, 홍콩 더 센터빌딩 등을 국내 주요기관들에 셀다운(sell down·재매각) 방식을 통해 판매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해외법인 전체 세전이익은 13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1554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연간 실적인 703억원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기간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 이익은 87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845억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올 2분기 세전이익(444억원)이 1분기에 기록했던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성과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독보적이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홍콩과 미국, 인도 등 세계 10개국에 진출해 올 2분기말 현재 11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 거점이 가장 많다. 해외 법인의 자산 총액도 미래에셋대우가 증권 업계 '넘버원'이다.

◇ 한국투자증권, 순이익·수익성 '넘사벽' 

 증권사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수익성이다. 가용 자원이 많아도 이를 최적화하지 않으면 사업을 잘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는 회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무려 22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으로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1900억원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연간 5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을 꺾고 업계 최고의 성적을 과시했다. '3년 연속 순이익 1위' 타이틀을 유지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순이익이 무려 4080억원으로 업계 최대인 것을 감안하면 왕좌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성과가 좋다보니 주요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업계 최고다. 올 상반기 연환산 ROE는 20%에 육박한 18.6%에 달한다. 작년 상반기(14%)보다 개선된 성과이자 지난해 연간 ROE(11.7%)에 비해 7%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20%에 가까운 높은 ROE는 다른 자기자본 4조원대 이상 초대형 IB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기간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삼성·KB증권의 ROE는 10%에 못 미친다.

ROE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영업을 잘 수행했는지를 나타낸다. 증권사 사업의 총체적 성과를 측정할 수 있어 업체간 수익성 비교에 효과적이다.

단순 비유를 할 때 20억원과 10억원 각각의 종잣돈으로 2억원의 똑같은 이익을 거둔다면 10억원의 투자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투자회사의 본질인 투자면에서 자타공인 업계 최고다.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효율적 비용 구조 및 우수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려는 성향이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5년 카카오뱅크를 통해 업계 최초 인터넷은행에 참여했으며 2017년에 최초의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으며 해외 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저력은 채용 규모 면에서 돋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인 15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증권사 가운데 채용 1위였다. 증시 분위기가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매년 대규모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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