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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융투자상품권이 생긴다면

  • 2019.11.04(월) 15:14

한투 금융투자상품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내년 상반기 중 출시…투자 문화 확산 기대

'김영희 님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생일 축하해~'

생일이 되자 카카오톡으로 축하 메시지와 함께 커피와 생일케이크 교환권 등 다양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예전처럼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생일 케이크에 초를 켜고 축하 파티라도 하면 좋겠지만, 모두 바쁜 생활 속에선 멀리서나마 이렇게 축하해 주는 것이 최선이겠죠.

그런데 생일 선물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선물이 있습니다. 교환권도, 백화점 상품권도 아닌 금융투자상품권입니다.

'00 증권/ 금융투자상품권 10만원권'

백화점이나 마트 상품권의 경우에는 교환권을 앱에 등록하거나 매장에 직접 가서 종이(지류) 상품권으로 교환해 원하는 물건을 사죠. 금융투자상품권 안내 문구엔 00 증권회사 앱에 접속해 상품권 교환번호를 입력해 등록하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려면 00 증권사 계좌가 필요하네요.

저는 해당 증권사 계좌가 없어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을 시작해봅니다. 본인 얼굴과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개설된 계좌로 1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이제 1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을 찾기 시작합니다. 1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도, 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고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파생상품도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최소 금액이 10만원을 넘어선다든가 원하는 물량을 사기 위해 자금이 부족하면 돈을 더 보태 살 수 있겠죠.

한달 뒤 매수한 상품 수익률이 5%를 넘어섰습니다. 영희가 준 금액은 10만원이었으나 한달 뒤 10만5000원이 된 셈이죠.

저는 수익률을 보고는 적립식으로 매월 추가 납입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금융상품에 관심 없던 제가 투자의 세계로 들어간 거죠. 영희는 저에게 10만원 이상의 가치를 선물한 셈이 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지인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금융투자상품권을 선물 목록에 넣게 됩니다. 또 나와 같은 금융 문맹자가 투자의 세계를 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상상 속에서 가능했던 앞선 이야기는 내년 상반기면 실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직접 발행한 상품권을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구매하거나 선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통한 금융투자상품권 거래 서비스'를 혁신 금융으로 지정했고,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구체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상품권을 유통할 온라인쇼핑 플랫폼은 현재 협의 중인 단계지만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접근성을 고려해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온라인쇼핑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투자상품권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펀드 선물하기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특정 펀드를 운용사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 선물하는 것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투자증권 서비스는 혁신금융으로 지정되면서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특례를 적용해주기로 했습니다.

구매하거나 선물 받은 금융투자상품권을 한국투자증권 앱에 등록하면 예수금으로 예치되고, 해당 금액으로 펀드나 CMA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기 서비스인 만큼 투자 상품에 제한을 둬 주식과 파생상품 투자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금융투자 상품권 서비스가 자리 잡고 문화가 확산되면 투자 대상도 확대될 수 있겠죠.

상품권 구매 액수도 1인당 1일 최대 10만원으로 한정됐습니다. 다만 상품권 권종을 1만원, 3만원, 5만원 등 소액권 발행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금융위에서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후 2년 동안은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서비스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다고 하는데요. 2년 후 금융투자상품권 문화가 확산되면 투자 문화도 상상했던 것처럼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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