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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수난시대]②피 말리는 줄다리기의 끝은?

  • 2019.12.05(목) 17:18

금융 당국 조치에 자산운용업계 불안감 확산
"사모펀드 최소한의 정보 공개도 하나의 방법"

최근까지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려왔던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이후 줄곧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했지만 최근 들어 규제 강화로 노선을 틀었다. 올 들어 연달아 발생한 사모펀드 관련 사건 사고들이 도화선이 됐다. 투자자들도, 사모펀드 업계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우려와 관련 제도의 맹점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사모펀드 시장과 금융 당국 간 눈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 정책을 내세워 사모펀드 시장 단속에 나섰고 이를 둘러싸고 양극단의 모습이 관찰된다.

일부는 정부로서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로 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 여파에 민감한 금융투자업계는 행여 시장을 위축시킬까 내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금융 당국의 핀셋 규제는 정확했다"

최근 금융 당국의 사모펀드 정책 방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파생결합펀드 사고 등을 계기로 180도 바뀌었다. 2015년 이후 줄곧 사모펀드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장 고삐를 바싹 죄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사모펀드 판매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을 높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 조치다. 고난도 사모펀드란 파생상품이 포함돼 있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30%에 육박하는 투자 상품을 가리킨다.

해당 판매 채널을 은행에서 증권사 등으로 옮기면 투자자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이자 수익이 줄어들어 당장 곤란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요건 강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15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진 최소투자금액이 이번 조치로 3억원으로 오르게 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헤지펀드로 불리기도 한다.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로 정부 입장에서 취해야 할 조치를 적절하게 취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투자자 선별 효과가 장기적으로는 업계 신뢰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업계, 애먼 곳 불똥 튈까 '노심초사'

하지만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 정부가 내세운 투자자 보호 정책의 핵심은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어야 하는데, 정작 이 부분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일변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선안에 포함된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 규제안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은 자산운용 라이선스가 없는 판매사 등이 펀드 조성과 운용에 개입하면 이를 OEM펀드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개선안은 처벌대상에 기존 운용사에 더해 판매사도 포함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OEM펀드는 라이선스 장사 경계를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며 "사모펀드를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한데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자칫 다른 곳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준 자체가 모호한 점을 지적한다. 기업이 운용의 주체가 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운용사가 기업의 재무 목표와 직원 수요에 맞춘 사모펀드를 조성해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운용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 등이 특정 자산 매매 등과 같은 운용 지시를 내릴 경우 OEM펀드로 간주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시가 어디서 나왔는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은 규제 일색 분위기라면 애먼 곳으로 화살이 날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채권을 발굴해 건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운용사와 의사소통하는 행위도 시각에 따라서는 OEM펀드 관여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구체적 기준 마련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400조 사모펀드 시장 향방 주목

금융 당국은 세부 지침 마련을 위해 현재 관계 부처 및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해당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설명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소통은 꾸준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정도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진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운용 사태와 파생결합펀드 사고 등에 정부가 반응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앞으로 어떤 식의 구체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제한된 투자자들을 모집해 투자 활동에 나서기 때문에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시장이 사모펀드 시장이 어떻게 굴러갈 수 있을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게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4일 현재 기준 국내 322개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설정원본은 405조7210억원이다. 공모펀드 설정원본 258억3899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9조1396억원에서 약 77조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중순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던 속도는 하반기 들어 다소 둔해진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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