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
나재철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2일 취임사에서 언급한 사자성어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치기 위해 신임 금투협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노조 갈등과 故 권용원 전 회장의 타계 소식 등으로 혼란스러운 조직의 위기를 봉합하고 업계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 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조직 정비다. 나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외부 인재를 직접 영입해 윤영호 정책지원본부장 직무대리, 임규목 홍보실장 이사부장 등을 선임했다.
이와 함께 기존 보직 변경이 필요한 부문에서 일부 인사를 단행했고, 빠른 시일 내에 조직 전체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앞선 과정에서 내부 조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해 협회 직원들의 불안함은 가중됐다.
게다가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내면서 전면적인 조직 개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협회 임원진은 지난해 협회장 타계 후 일괄 사표를 냈지만 당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이 협회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그동안 계류 중이었다.
나 회장은 각 부서에서 인력을 차출해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조직 개편을 비롯한 쇄신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나 회장은 취임사에서 "협회를 회원사 지원 중심의 효율적 조직, 신속한 의사결정과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는 조직, 열정·소통·변화의 조직 문화가 정착된 조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조직의 안정성만을 고집한다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직 쇄신안이 나올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혁신'을 앞세워 진행하는 조직 쇄신 방안이 조직원과의 합의 과정 없이 이뤄진다면 조직원의 불안감과 조직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협회는 조직원들을 보호해 줄 노조도 없는 상황이다. 조직이 먼저 정상화 돼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업무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신임 금투협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독단'이 아닌 '카리스마'로 평가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