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관련 종목들을 비롯해 이를 담고 있는 투자 상품들의 기세가 도무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더불어 밸류체인에 속한 2차 전지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맞물리면서 개별 종목은 물론 2차 전지를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증권가 역시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의 성장성에 기대를 표시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단기 급등에도 추세적인 상승 모멘텀은 여전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2차 전지 ETF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계속될 전망이다.
◇2차 전지 ETF 수익률 고공행진에 돈뭉치 몰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KODEX 2차전지산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미래에셋TIGER2차전지테마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74.70%, 79.83%를 기록 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펀드는 2차 전지 밸류 체인 내 위치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2차 전지는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지칭한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2차 전지 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KODEX 2차전지산업ETF의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을 살펴보면 국내 2차 전지 트로이카인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을 각각 27.1%, 16.6%, 10.4%의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최대 배터리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의 대주주인 에코프로와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포스코케미칼 등도 담고 있다.
미래에셋TIGER2차전지테마ETF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면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를 11.2%, 10.6%, 9.8% 비율로 갖고 있고, SK그룹의 화학소재 제조업체인 SKC와 에코프로비엠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두 상품 구성 비율 상위에 공통적으로 이름을 올린 LG화학, 삼성SDI의 경우 5월 첫 거래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주가 상승률이 각각 57.8%, 43.5%에 이른다.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SK이노베이션도 31.3% 가량 올랐다.
구성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미래에셋TIGER2차전지테마ETF의 순자산은 최근 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 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5%에 육박한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부문장은 "미래에셋TIGER2차전지테마ETF를 통해 2차 전지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회사들에 쉽고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등한 주가는 부담?…추가 상승 여력 남아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2차 전지 업종을 구성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자칫 고점에 진입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장기간 돈이 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의 실적 성장세를 고려할 때 연말까지는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ETF의 수익률 또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사들은 2차 전지 관련 대형주는 물론 소재 생산을 담당하는 코스닥 업체들의 목표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차 전지 대장주인 LG화학의 목표가를 기존 58만7000원에서 70만원으로 올리면서 상승여력 또한 23.2%나 된다고 평가했다. DB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LG화학 목표가를 각각 65만원, 75만원으로 종전보다 높여 잡았다.
또 현대차증권은 올 초 38만원이었던 삼성SDI 목표가를 지난달 말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하나금융투자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바꾸는가 하면 목표가도 12만원에서 21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의 목표가를 최근 상향 조정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차 전지 업종의 최근 주가 흐름은 오버슈팅(일시적 요인에 따른 과도한 상승) 영역이 아니라 여전히 2021년 실적에 대해 가격을 매기는 단계에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