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정글의 어두컴컴한 그림자 속, 특별한 목적지 없지 무의식적으로 비틀거리는 그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투자자들의 지갑이다.
ETF 정보업체인 ETF닷컴이 이른바 좀비 ETF를 묘사한 말입니다. 좀비 ETF는 말 그대로 죽어서 돌아다니는 좀비 같은 ETF를 칭합니다. 유동성이 워낙 적다 보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측면에서 좀비에 비유한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투자자들 중 일부는 순진하게도 이런 좀비 ETF에 들어가 금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좀비 ETF의 경우 원래부터 있던 존재였는데요. 최근 한국의 동학 개미처럼 미국의 개인 투자자인 로빈후더들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경고가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ETF와 비슷한 상장지수증권(ETN)도 마찬가지인데요. ETF닷컴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의 미국 국채인버스 ETN의 경우 45일 평균 일일 거래량이 24주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매수 매도 호가 차이가 24%에 달했는데요. 거래가 잘 체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화를 위해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매력적인 ETF를 구글 검색을 통해 찾다가 나도 모르게 좀비의 섬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최근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검색을 통해 투자 상품을 찾으면서 거래량이 적은 줄 모르고 덥석 사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최근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으면서 바이오연료(biofuel) 투자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구글에 바이오연료에 투자하는 펀드를 검색해서 나오는 'Elements Spectrum Large Cap US Sector Momentum Index ETN(EEH)'의 경우 일평균 거래량이 336주에 불과합니다.
한국 역시 ETF 거래가 상당히 활발해졌죠. 지난 25일 ETF 거래대금은 3조4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지난 20일에는 5조원이 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2조원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죠. 하루 거래량 역시 올해 초 1억 주에서 최근에는 많게는 7억 주까지 뛰었습니다.
활발한 거래로 좀비 ETF가 줄어들 순 있지만 없을 순 없겠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50개의 ETF 가운데 전날(25일) 거래량이 100주 미만인 ETF는 28개에 달했습니다. 500주가 안되는 ETF는 60개를 훌쩍 넘어섭니다.
최근 한 달간 누적 거래량이 1000주가 안되는 ETF도 20개에 달했는데요. 시장이 오르면서 장의 흐름과 거꾸로 가는 인버스 ETF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ETF들도 간간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좀비 ETF를 어떻게 피할까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내가 사고파는 ETF가 거래가 활발한지 체크를 해주면 되는데요. 누군가가 이를 친절하게 알려주진 않으니 직접 찾아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겠죠.
ETF를 이미 거래 중이라면 사용 중인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해당 ETF의 거래량 조회가 가능하고요. 한국거래소 시장정보에서는 종목별로 기간별 거래대금과 거래량 검색이 가능합니다.
초보 ETF 투자자라면 활발한 거래가 담보된 대중적인 ETF를 고르는 게 좀비 ETF를 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겠죠. 미국의 경우 거래되는 ETF가 워낙 많기 때문에 국내보다는 해외 ETF 투자 시 좀비 ETF에 더 유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