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특히 강화하고 있는데 지난 몆년 간과 다른 점은 펀드시장을 빠져나간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투자를 택한 자금의 성적은 어떨까. 국내 증시의 또 다른 투자 주체인 외국인 만큼은 아니지만 개인들의 수익률도 쏠쏠한 것으로 나타난다.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에 더해 직접 투자를 통한 성과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외면이 지속될지 주목되고 있다.
◇ 주식형 펀드, 올해도 '찬밥 신세'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는 지난달 1조원 가까이 자금(공·사모 합산)이 빠지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유출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저점까지 떨어진 3월과 이후 반등 초입 구간에 들어섰던 4월을 제외하면 올해는 돈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9월 들어서도 투자자들의 외면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달 23일까지 총 35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빠졌다. 특히, 단 5거래일을 제외하면 설정액이 출금액 보다 많은 경우가 없어 획기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 유입액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실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6년을 놓고 봐도 2014년 이후 연간 집계액이 플러스였던 경우는 2018년 제외하면 없을 정도다. 가장 심화됐던 해는 2016년으로 당시 1년 동안 빠져나간 금액은 7조원에 육박한다.
올해도 연초 이후 지난 8월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남은 하반기 펀드 해지액 증가가 이어질 경우 지난 2016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에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나가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며 "라임 및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인해 펀드 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확대된 가운데 차익실현 욕구도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유력 행선지 '주식시장'
펀드 시장을 빠져나온 투자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를 반영하듯 투자자 예탁금을 비롯한 증시 주변 자금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가연계증권 등과 같은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고는 올해 8월 60조원을 돌파한 이후 50조원 선으로 떨어지는 등락은 있었지만 이달 22일 62조원을 넘어선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이달 초 한때 돈이 몰리며 63조원 고지를 터치하는 등 꾸준히 55조원 수준을 이어나가며 아직 식지 않은 열기를 입증하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 성적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또 다른 투자 주체인 외국인 만큼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에 뛰어든 일반 투자자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하반기 이후 지난 25일까지 개인들의 순매수세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 상위 5개 종목은 카카오, 네이버(NAVER), 현대차, SK하이닉스, LG화학이다.
이 기간 카카오에만 1조3000억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몰렸고, 네이버도 1조원 이상의 순매수세가 들어왔고, 현대차, SK하이닉스, LG화학 등도 각각 7700만원, 7400만원, 7000만원 이상을 개인들이 사들였다.
이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현대차다. 종가 기준 7월 첫 거래일을 9만8200원에 마감한 현대차 주가는 약 세달 사이 17만원까지 오르며 수익률만 73%에 달했다. 만약 7월1일 종가 부근에서 현대차 주가를 100만원 어치 사들이고 이달 25일 팔았다면 73만원이 넘는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19만원까지 올랐을 당시 거래했으면 더 높은 수준의 수익실현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가 아니더라도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개인들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준수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펀드에 가입할 동인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같은 개인들의 직접투자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가 일시적인 조정을 겪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코스피의 추세를 결정짓는 펀더멘털 변수는 여전히 우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과열·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어낸 이후에는 다시 상승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