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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LS전선의 교환사채 발행 이야기(Feat. LS전선아시아)

  • 2021.10.01(금) 08:00

300억원 교환사채 발행…이자율 1%
주가보다 높은 교환가…'동전의 양면'

LS그룹의 계열사이자 ㈜LS가 최대주주인 LS전선이 지난달 9월 14일 교환사채 발행 공시를 발표했어요. 

▷관련공시: LS전선 9월 14일 주요사항보고서(교환사채권 발행결정)

공시가 나온 지 2주가 지난 시점이기도 하고, 이미 교환사채 발행을 완료한 상황(납입일 9월 17일)이라 "왜 지금 굳이 이 공시를 다루지?"라고 의아한 독자분도 있을 거예요.  

더군다나 이번 교환사채는 공모(불특정 다수의 투자자 대상)도 아닌 사모(특정 투자자)발행 채권이고, LS전선은 개미주주들이 눈여겨보는 상장사도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공시줍줍이 이 공시를 선택한 건 LS전선의 교환사채발행 공시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LS전선은 뭐하는 곳?

먼저 LS그룹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게요. LS그룹은 전선, 전력, 통신, 자동화기기, 금속관 제조 등의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이 포진하고 있어요. ㈜LS가 지주회사로 LS일렉트릭, LS전선,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등을 직접 지배하고 자회사 LS전선을 통해 가온전선, LS전선아시아 등을 간접 지배하는 구조예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직접 지배하는 계열사 중 상장사는 LS일렉트릭(전력, 자동화기기, 금속관 제조)이 유일해요. 나머지 3곳(LS전선,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은 비상장사예요. 

LS전선은 피복선과 산업용특수케이블, 전력사업에 필요한 초고압케이블 등을 만들어 LG전자와 GS건설, 한국전력 등 주요 기업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LS전선은 비상장사지만 전선을 제조하는 '가온전선'과 베트남·미얀마에서 전력사업을 하는 외국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지배하는 중간지주회사 LS전선아시아의 최대주주예요.

이자율 1%짜리 교환사채

이제 LS전선의 교환사채발행 공시를 살펴볼까요. 교환사채는 영어로 Exchangeable bond(EB)라고 하는데요. 회사가 채권을 찍어 투자자에게 팔아 돈을 받고 추후 회사의 주식 또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 등으로 되갚는 방식이에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LS전선의 교환사채 규모는 300억원. 이 채권을 사간 곳은 '엔에이치마이다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라는 사모펀드예요.

눈에 띄는 점은 이율인데요. 채권투자의 본질은 안정적인 이자수입인 만큼, 채권자 입장에선 이자를 얼마나 받을 수 있냐가 중요하겠죠. 

그런데 표면이자율(연간 지급할 이자율을 3개월마다 나눠서 주는 것)이 0%이고, 만기이자율(채권 만기 때 연복리로 계산한 이자, 지급한 표면이자는 빼고 줌)도 1%에 불과해요. 시중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낮은 수준이죠. 이는 곧 이자 수익은 기대하지도 않고, 채권자가 무조건 300억원치 채권을 나중에 주식으로 교환하겠다는 의미예요. 

채권자는 오는 10월 17일부터 내년 11월 17일까지 1년 간 자신이 가진 채권을 LS전선의 자회사 LS전선아시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어요.  

이때 중요한 것이 얼마에 교환할 수 있느냐는 점인데요. 교환가격이 낮을수록 채권자가 받을 수 있는 주식수는 많아지겠죠. 공시를 보면 교환가격이 9201원으로 나와요. 이 가격은 향후 LS전선아시아의 주가가 얼마가 되든 9201원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 

엇 그런데 상장사인 LS전선아시아의 주가는 30일 종가기준 8580원. 시세보다 621원 비싸게 주식을 교환하게 되는 것인데요. 

채권에 붙은 이자도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상황인데 주식으로 교환하는 가격도 현 시세보다 비싸다면 합리적인 투자자라고 볼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채권자가 이 교환사채에 투자한 건 LS전선아시아의 주가가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했기 때문이에요. 

이번 교환사채에는 풋옵션도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내용. 풋옵션은 조기상환청구권으로 채권자가 회사에게 미리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예요. LS전선아시아 주가가 예상과 달리 계속 떨어져서 도저히 주식으로 교환할 가치가 없다면 채권자는 빨리 원금을 회수해 다른 곳에 투자하기 위해 회사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풋옵션인데 이번 교환사채는 풋옵션 조항이 없어요. 

즉 채권자는 LS전선아시아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향후에 적어도 1년 내에 교환가격보다 주가가 올라가 시세차익을 추구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이번 채권 계약에 담겨있어요.  

빚 갚기 위해 교환사채 발행

LS전선은 교환사채를 팔아 확보한 금액 3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에 쓸 계획인데요. 6월 반기보고서 별도재무제표에 따르면 LS전선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6856억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1조2074억원 수준이에요. LS전선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에 교환사채발행 자금을 사용한다"고 밝혔어요. 

차입금 규모가 작지 않아 한 달 전인 지난 8월 LS전선은 모회사인 ㈜LS를 대상으로 2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1000억원을 마찬가지로 차입금을 갚는데 쓸 계획이에요. 

교환사채 발행의 의미

일단 LS전선은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이번 교환사채는 LS전선이 보유한 상장자회사 LS전선아시아의 주식을 매개로 발행하는 것이어서 LS전선아시아의 소액주주들은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죠. 

특히 교환가격이 시세보다 높다는 건 그만큼 LS전선아시아의 모회사인 LS전선, 그리고 이번 교환사채를 사들인 채권자 사이에 주가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LS전선아시아 주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LS전선아시아 주주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점! 이번 교환사채는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자가 300억원 전액을 LS전선아시아 주식으로 교환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현재 LS전선의 LS전선아시아 지분율은 54.58%인데요. 채권자가 300억원치 LS전선아시아 주식을 모두 교환한다면, LS전선은 채권자에게 326만515주(교환가격 9201원 기준, 총 발행주식수의 약 11%)의 LS전선아시아 주식을 넘겨줘야 해요. 이렇게 되면 LS전선의 LS전선아시아 지분율은 43.94%로 줄어요. 

이번 교환사채 채권자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교환받은 LS전선아시아 주식 326만515주를 차익 실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죠. 이 물량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매물로 나온다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이처럼 교환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높다는 건 LS전선아시아 주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장점도 있지만 모회사인 LS전선이 가지고 있던 상당량의 주식이 언젠가는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인 셈이죠.

*독자들의 제보와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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