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크 관리'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 몇 년 간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사모펀드 사태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어 향후 증권회사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하고 최근 증권산업과 자본시장의 주요 현안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에는 이경식 금감원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보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표가 참석했다.
정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과 주요국 성장 둔화 우려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민간부채 급증, 금융 불균형 등 국내 경제 불안요인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자본시장에서는 이에 대비해 다른 금융 부문보다 더욱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개인 투자가 크게 증가한 만큼 '완전 판매' 등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소비자 보호도 당부했다.
그는 감독·검사 방향과 관련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전・사후 감독의 균형을 추구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적 감독을 강화하는 '3원칙'을 증권사에도 일관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 밀착형 상시감시를 통해 리스크 취약 부문을 발굴해 검사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건전성 및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가 증권사의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검사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재의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고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고 조치한 경우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자본시장 지원을 위해 초대형 IB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도입 등 그간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이루어진 제도 개선이 현실적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원장은 또 "수익성이 부진한 퇴직연금 시장의 제도 개선을 위해 안정적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탄소배출권과 상장리츠 등 녹색금융과 부동산금융에 대한 자산운용 관련 위험값을 조정해 국민의 다양한 투자수요에 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자본시장 규모 확대와 증권사의 대형화, 초대형 투자은행(IB) 출현, 금융시스템과의 연계성 확대 등으로 증권사가 시장 리스크의 중심에 서 있다"며 "수익성 추구 이외에 잠재 리스크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개별 증권사 스스로가 파악하기 어려운 증권산업과 개별 회사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 되지 않도록 사전적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