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수혜 업종 물색이 한창이다. 정권 교체로 국가의 정책방향 전반에 변화가 도래한 영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탈(脫) 원전'(원자력발전)과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당장 이들 관련 섹터에 호재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약집에 이들 내용이 상당부분 할애될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설득력이 있다.
원전과 건설이외 알짜 섹터 찾기에도 시장은 분주하다. 반도체 산업에 정부가 출자하는 금액만 50조원인 민관협동 반도체 기금 조성이 예정된 가운데 팹리스(설계회사)와 파운드리(제조회사)를 집중 육성하겠단 당선인의 구상도 시장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원전 확실한 수혜…부동산 규제완화에 건설주 화색
윤 당선인의 원전 에너지 정책은 그의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주목을 받는다. 원전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해 현재 25~29%대인 전체 대비 비중을 30~35%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확실시된다. 착공 직전 사업이 보류된 만큼 원전 건설의 최대 난제인 부지가 경북 울진군으로 확정돼 있는 데다 윤 당선인이 작년 말 현장을 방문해 집권 즉시 재개하겠다고 약속한 건이기 때문이다.
1400MW(메가와트)급 한국신형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인 신한울 3·4호기는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건설이 확정됐지만, 2017년 건설이 중단되며 '탈원전'의 상징이 됐다. 당시 투입된 금액은 총 사업비 8조2600억원의 10%에 육박하는 7790억원이다.
소형모듈원전(SMR)과 마이크로모듈 원전(MMR) 등 차세대 원전개발과 상용화 지원 또한 제시됐다. 그간 강조돼 온 재생에너지는 보조 수단으로, 에너지 산업의 무게 중심을 원전에 두겠단 공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원전을 차기 정부에서 가장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는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차기 정부에서 가장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은 원전 관련 정책이 될 것"이라며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들 업종도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수주 잔고가 소진됐던 한전기술과 장기적인 원전 정비 매출 규모 축소가 예정됐던 한전KPS의 수혜가 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고압 송배전 등의 계통시스템이 중요해 이들 초고압 전력기기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SMR 개발사업에 대한 수출지원 등을 고려하면 원자력과 관련한 전력기기 업체의 수혜가 상당할 것"이라고 짚었다.
건설업종의 호황도 시장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윤 당선인이 임기내 민간주도의 주택 250만호 공급과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완화, 정밀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등을 구체적인 방안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권 교체로 대규모 주택 공급과 재건축 규제 완화가 확실시됐다"며 "이런 움직임을 계기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매매거래, 공급 증가로 국내 건설사의 주력 공종인 주택 도급 및 자체 개발 업황이 우상향할 것"이라며 "특히 매매거래 증가로 리모델링 건자재 업체의 수혜가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택공시가격의 2020년 수준 환원이나 1주택자 종부세율 인하 등 세부담 완화책도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다양한 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주택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세부담 완화는 금리부담을 상쇄해 주택거래량을 회복시킬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규제완화가 현실화되고 재건축 추진도 구체화되면서 건설업종 주가에 우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에 '+α' 정책 지원…공급망 안정 기대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는 윤 당선인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단 점에서 주목할 업종이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으로, 국가 미래 경쟁력과도 밀접하다.
앞서 윤 당선인은 '50조원+α(알파)'의 가칭 코마테크펀드 조성과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육성 계획을 밝혔다. 정부기금 50조원에 반도체 기업 출연금을 더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를 균형있게 키우겠단 구상이다. 클러스터의 경우 전국 주요 도시에 반도체 거점을 세워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연구개발(R&D)·시설 투자에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기술 인력 10만명 양성, 전력·공업용수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 초강대국'을 이룩하겠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국제 공급망 리스크에 벗어나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의 산업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세액 공제와 같은 세제 지원으로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기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반도체 업종으로선 희소식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만큼 투자 세액 공제 같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공급망 안정 및 사이클 변동성 축소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처럼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약일수록 업종 수혜 등 영향력은 더욱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으로 차기 정부에서는 국내 자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과 팹리스·파운드리의 균형 발전 등 정책방향에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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