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세계 최초로 ETF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업계 선두 삼성자산운용이 같은 테마 상품을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삼성자산운용이 동일한 테마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을 흡수할 수 있다고 점친다. 다만 상품 운용 전략이 다른 만큼 향후 성과 차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선택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ETF 산업 테마 상품 잇따라 출시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오는 17일 'KODEX 미국 ETF산업 Top10 Indxx'를 상장한다. 이 ETF는 미국 ETF 산업의 핵심 수혜주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ETF 산업에 투자하는 콘셉트는 지난달 26일 키움운용이 출시한 'KOSEF 미국ETF산업STOXX'와 동일하다.
실제 두 상품을 보면 편입하고 있는 종목 대다수가 중복돼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지수사업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을 편입했다. CME그룹, 나스닥 등 거래소에도 공통적으로 투자한다.
앞서 키움운용은 이 ETF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 최초로 ETF 산업을 테마로 한 상품을 만들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관련기사:'매서운 성장' ETF산업에 투자하는 ETF 나왔다(4월26일) 키움운용으로선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걸고 상품을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슷한 상품이 등장했으니 달갑지 않은 노릇이다.
이에 대해 삼성운용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품 출시를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ETF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상품을 준비해 이번에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운용이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투자 테마가 동일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 상품에 투자자가 몰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0조2069억원으로 키움운용(1조9380억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투자자들은 브랜드 파워가 높은 쪽으로 가기 마련"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률에 차이가 생기면 투자자 유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테마는 같지만 향후 성과는 갈릴 것"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이게 하는 요인은 성과다. 두 상품 모두 미국 ETF 산업 투자 테마로 편입 종목은 겹치지만 기초지수가 달라 편입 비중이 다르고 그에 따라 수익률도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상장된 KOSEF 미국ETF산업STOXX는 퀀티고(Qontigo)에서 발표하는 STOXX USA ETF INDUSTRY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았다. 지수는 이 회사에서 산출하는 미국 총시장지수 종목에 포함돼 있으며 전체 매출에서 ETF 관련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 20개로 구성됐다.
KODEX 미국 ETF산업 Top10 Indxx ETF의 기초지수는 인딕스(Indxx)에서 발표하는 US ETF Industry Top10 지수다. 지수는 미국에 상장된 기업중 자산운용사 상위 1개사, 지수사업자 상위 2개사, 거래소 상위 3개사, 데이터 제공업자 상위 4개사 총 1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KOSEF 미국ETF산업STOXX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과 평가가 어렵고 KODEX 미국 ETF산업 Top10 Indxx는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향후 성과를 예상하긴 어렵지만 두 상품이 추종하는 기초지수의 과거 성과는 비교가 가능하다.
지난 3년간 수익률은 INDXX US ETF INDUSTRY TOP 10지수가 56.9%로 더 높았다. 같은 기간 STOXX USA ETF INDUSTRY지수도 33.3% 상승했으나 시장 수익률(S&P500지수)에는 못 미쳤다.
최근 성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두 지수는 연초 이후 시장이 17.9% 하락하는 동안 각각 28%씩 하락하면서 다소 부진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ETF가 보유한 종목중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았던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성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ETF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의 조정기를 지나면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