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sidusHQ로 더 익숙한 종합콘텐츠 미디어그룹 IHQ(아이에이치큐)가 최근 영화사 한 곳을 인수하는 내용의 공시를 냈어요. 바로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인데요.
▷관련공시: IHQ(아이에이치큐) 5월 13일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IHQ는 1962년 설립돼 업력이 높은 회사인데요. 현재 장혁, 오광록, 박미경, 김혜윤, 양파 등 28명의 연예인이 소속된 sidusHQ를 엔터부문 사업부로 두고 있고 음반·드라마 제작,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유료방송, 프로그램 공급, 광고대행 등의 사업을 하고 있어요.
공시 내용은 지난 13일 IHQ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화사 륙'의 주식 4만주(100%)를 72억원에 샀다는 것인데요.
주목할 점은 IHQ가 영화사 주식을 회사 자금이 아닌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지급했다는 점이에요. 전환사채는 차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기업의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인데요. IHQ는 이를 통해 현금 한푼 들이지 않고 영화사를 인수한 셈이에요.
돈 들이지 않고 영화사 인수?
IHQ가 발행한 전환사채(13회차)는 남지웅, 박준현 등 총 10명에게 사모형태로 발행했는데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공모방식이 아닌 50인 미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방식이에요.
만기 3년에 표면·만기이자 1%, 발행 1년 뒤인 2023년 5월 13일부터 주식전환(전환가 1078원)과 조기상환(풋옵션) 청구가 가능한 조건이 붙었어요.
IHQ가 인수한 영화사 륙은 2016년 1월 설립한 영화제작업체로 오는 6월 개봉하는 가족드라마 영화 '이공삼칠'의 배급사 중 한 곳인데요. 영화제작에 참여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지난해 매출 7400만원, 당기순이익 864만원을 기록했고, 총자산 6억4200만원 중 부채가 6억원이 넘어 부채 규모가 큰 상황이에요.
코로나19로 묶여있던 거리두기, 영업제한이 풀리면서 영화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금이 아닌 전환사채를 발행해 영화사를 72억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에 일부 투자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전환사채는 결국 회사의 부채이고 또 신주 발행 가능성으로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있어 주주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기 때문이죠.
1년새 전환사채 11건, 1555억원 규모 발행
그런데 투자자들이 정말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또 있어요. 바로 전환사채 발행공시 제일 밑에 있는 '미상환 주권 관련 사채권 사항'인데요. 여기에는 IHQ가 그동안 발행하고 아직 채무를 상환하지 않은 채권 내용이 정리돼 있어요.
IHQ는 영화사 륙 이외에도 전환사채를 발행해 기업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요. 이 같은 사유로 지난해 4월부터 발행한 전환사채가 11건(3회차~13회차), 발행총액은 1555억원에 달해요.
이 중 영화사 륙처럼 타법인 주식 취득을 위해 발행한 자금이 1210억원이에요. 모두 전환사채이기 때문에 채권자(전환사채 투자자)가 만기에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지 않고 그 전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전환 가능한 주식수는 1억4316만5725주(미상환 채권잔액 1555억원 기준)에 달해요. 이는 현재 발행한 IHQ 주식의 94.57%에 해당하는 규모로 기존 주주들에게는 엄청난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지난해 4월(200억원, 제3회차)과 5월(32억원, 제4~5회차)에 발행한 전환사채는 이미 전환 시기가 도래했고, 6월에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565억원(제6~7회차) 규모의 전환 시기가 돌아와요.
IHQ 주가는 최근 1년간 계속 하락하고 있어 전환가격도 일부 조정(리픽싱) 됐는데요. 현재(20일 종가) 주가가 1015원으로 전환가격보다 소폭 낮은 상황. 이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나올 우려는 크지 않은데요. 다만 주가가 전환가격을 오르내리는 상황인데다, 전환 시기와 맞물려 채권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에 갑작스러운 자금부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 주세요.
최대주주 변경 후 지배구조 변화…투자성과는?
그럼 IHQ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썼을까요? IHQ는 지난해 2월 최대주주가 KH그룹 계열사인 KH미디어로 변경된 후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일부 운영자금으로 활용한 것과 자회사인 아이에이치큐리츠에 대한 자금지원과 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했어요.
IHQ는 지난해 5월 온라인 음원제작 플랫폼 '피팝'과 비대면 온라인 오디션 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메가폰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몇 달 뒤 페이지원필름 지분도 인수하며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기존 사업분야 확대와 시너지를 예고했어요.
특히 피팝의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는 피팝코리아 김성재 대표를 상대로 인수대금인 22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어요, 인수자금 전부를 회사 매각자로부터 조달한 셈이에요.
IHQ는 기존 사업 관련 기업 인수 이외에도 최대주주인 KH그룹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관계 투자조합을 인수하는 등 최대주주 변경 이후 지배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문제는 이 같은 투자성과가 아직 제대로 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에요.
시너지 성과를 낼 것이라 예고했던 IHQ의 지난해 엔터네이먼트 사업부문 매출은 107억원으로 2020년 259억원 대비 오히려 큰폭으로 줄었어요. 미디어 사업부문도 551억원에서 492억원으로 줄어 전체 매출액이 81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26%나 감소했어요. 이에 따른 순이익은 -100억원을 기록, 3년 연속 실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회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광고매출 등이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1000억원 넘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공격적으로 기업들을 인수해 온 행보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로 보여요.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부채 규모도 늘었어요. 2020년 IHQ의 총 부채규모는 276억원. 2021년에는 4배 이상 늘어난 1203억원을 기록했어요. 단, 부채비율은 100%를 조금 넘어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에요.
투자자가 추가로 알아둘 사항
KH미디어는 지난해 2월 기존 IHQ 대주주였던 딜라이브로부터 IHQ 지분 50.49%를 1104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는데요.
이후 장외매매 방식으로 IHQ 지분을 계속 매각해 왔어요. 지난해 65억원의 전환사채와 올해 초 54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음에도 지분율은 34.24%로 낮아진 상태예요. IHQ 인수 후 대규모 자금조달로 그룹 외연 확대에 활용하면서도 인수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대주주가 지분율을 계속 줄이고 있는 점은 주의깊게 봐야할 부분으로 생각돼요.
아울러 KH미디어로 대주주가 바뀌면서 IHQ의 정관상 신규사업들이 대거 추가됐는데요. 호텔경영과 관련서비스업을 비롯해 화장품 제조판매, 부동산 매매업, 면세점 판매업, 온라인게임 운영서비스업, 무점포 소매업, 신용카드업, 보관·물류창고업, 블록체인 관련사업 등으로 다양해요. 문제는 기존 '종합콘텐츠 미디어그룹'을 표명해온 IHQ의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에요.
IHQ에 콘텐츠, 미디어 관련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라면 향후 변화될 수 있는 사업방향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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