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세장이 펼쳐지면서 기준가격이 하락한 ELS의 중간평가 기간이 찾아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조기상환 지연으로 쌓였던 ELS 투자금이 차례대로 상환되면서 그간 위축됐던 ELS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지 주목된다.
상환금액 감소세 끝날까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10거래일간 ELS 상환금액은 5959억원에 이른다. 벌써 지난달 전체 상환금액인 6228억원의 96%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세상 지난달 상환금액의 2배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조기상환 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달 중간평가 기간을 맞은 ELS 중 조기상환에 성공한 비율은 15.6%로 지난달 평균 8.17%보다 7.4%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조기상환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올 2월 발행된 ELS의 기준가격이 낮았던 영향이 크다.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증시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5월까지 회복이 더뎠던 글로벌 증시가 지난달부터 반등 속도를 높이면서 6개월째인 이달 조기상환 물량이 늘어났다.
ELS 중 가장 많이 발행되는 유형인 스텝다운형 ELS는 발행 당시 기초자산의 기준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을 때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3개월 단위로 평가하며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가격의 95%를 넘어서면 조기상환되도록 구성된다. 조기상환 조건은 계단식으로 내려간다. 3개월 상환 조건이 기준가격의 95%였다면 6개월 차에는 90%가 되는 식이다.
이달 중 조기 상환된 ELS의 71%는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한 상품이다.
S&P500은 연초 4700대에서 지난 5월 3900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회복세를 타면서 지난 15일 4297.14로 마감했다. 첫 조기상환 기회였던 3개월 차인 5월에는 조기상환 조건을 맞추지 못했으나 6개월 차인 8월에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상환금액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증시가 다시 약세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남은 3분기 중 ELS 조기상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LS 시장 분위기 반전 기대
지난 2분기 ELS 시장에는 가뭄이 찾아왔다. 약세장이 이어지며 ELS 금리가 상승한 와중에 투자자들의 자금도 유입되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달 발행된 ELS의 평균 금리는 11.15%로 지난 4월 9.75%보다 1.4%포인트 상승했으나 발행금액은 줄어들었다. 다시 약세장으로 진입하면서 원금 손실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 심리 악화로 ELS 청약이 미달하면서 발행이 취소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에 ELS 발행금액은 매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월 4조855억원 △5월 2조7135억원 △6월 1조9316억원 △7월 1조1535억원으로, 1조원대 발행금액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로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조기상환이 늘어나면서 최근 움츠러들었던 ELS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시 상환이 활발해지면서 발행금액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LS는 재투자되는 성격이 강한데, 올해 약세장이 펼쳐지면서 조기상환이 미뤄지고 발행금액이 줄어들었다"며 "최근 증시가 회복해 조기상환 여건이 좋아진 만큼 발행도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