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이 회사채를 새로 발행한 물량보다 기존에 발행한 물량을 갚는 규모가 더 많은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방안은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해 다소 수정될 여지가 생겼다.
"조달여건 상황 인지, 모니터링 지속"
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자본시장 현안을 논의하고 상장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이날 자리에는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장과 장경호 코스닥협회장, 김환식 코넥스협회장,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속되는 금리 상승과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순상환으로 전환됐다"며 "특히 일부 기업은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는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말 기준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당월 상환액인 4조8000억원에 못 미치며 6월에 이어 순상환을 지속했다. 올해 들어 일반 회사채 발행금액 또한 25조80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5조6050억원 대비 30%가량 쪼그라들었다. 유상증자 역시 이 기간 10조3076억원에서 7조3221억원으로 29% 급감했다.
이 원장은 이에 "지난 7월13일 감독당국은 기업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안정조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 합동으로 기업 자금조달 여건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는 추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ESG 공시, 기업 현실 반영해야" 한목소리
상장기업을 대표하는 상장협 등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는 2025년부터 의무화되는 ESG 공시가 기업들의 경영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상장사도 2030년부터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활동을 담은 '지속가능리포트'를 내야 한다.
정구용 상장협회장은 "ESG 공시는 자금 조달 등 경영 전반에 파급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며 "보다 점진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도 "ESG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국제적인 공시표준이 속속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ESG가 익숙하지 않은 기업도 많다"며 "국내기업 현실에 비추어 국제기준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글로벌 ESG 공시기준 제정에 맞춰 기업의 의견을 경청한 후 국내 ESG 공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병래 한공회 부회장은 "기업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되 신뢰성 있는 ESG 공시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회계업계도 감사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감사부담 완화, 회계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