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미국주식 주간거래 독점 체제가 깨지면서 서학개미를 잡기 위한 증권가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장밋빛 시황은 끝났고 실적 악화는 자명해진 상황에서 수익원 창출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다만 예전처럼 조건없는 서비스 확대만을 모범답안으로 보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전반에 경계심이 그득해서다. 그만큼 셈법은 복잡해졌고 현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 말고 미래에셋서도 '낮에 미국주식 거래'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주부터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15분(이하 서머타임 적용기준)까지 미국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미국주식 데이마켓 서비스'다.
시차상 국내 증권사들은 우리 시간으로 야간인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미국 정규시장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이외 정규시장 직전의 프리마켓(오후 5시~오후 10시30분)과 애프터마켓(오전 5~7시)이 운영된다. 그간 뜬눈으로 밤을 새운 서학개미들이 속출했던 까닭이다.
낮 시간을 이용한 미국주식 주간거래의 경우 삼성증권이 올해 2월 업계 최초이자 단독으로 중개를 개시했다. 삼성증권은 미국 핀테크 업체인 블루오션과 당시 독점 제휴를 맺고, 이 업체가 운용하는 대체거래소(ATS)인 BOATS(블루오션 대체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누구나 미국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장 반응은 당장 나타났다. 서비스 개시 한달 만에 누적 거래금액이 5000억원으로 확대됐고 하루 거래금액이 정규장의 30%에 육박하는 날도 나왔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말 발표한 누적 거래금액(지난 8월19일 기준)은 2조원을 넘어섰다.
다른 증권사들은 침만 흘려야 했다. 삼성증권이 BOATS와 맺은 제휴가 독점이었기 때문이다. BOATS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미국주식 야간(현지시간) 거래 지원을 승인한 유일한 ATS다. 이에 당시 한 대형 증권사는 현지에 항의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미국주식 주간거래 중개에 뛰어들면서 이런 상황은 약 8개월 만에 깨졌다. 현지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했다는 게 이 증권사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1년 독점계약이었는데 로컬 쪽에서 이 문제를 풀었다"며 "계약에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주간거래 중개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락장서도 미 주식 결제금액↑…일부선 '비용' 더 고민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개미들이 많아졌지만, 미국 증시에 대한 이들의 스탠스는 조금 다르다. 국내 미국주식 결제규모가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실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매파'(통화긴축 선호) 연설에 지수 급락이 본격화된 지난 8월26일(현지시간)부터 최근 한달여 간 국내 미국주식 결제금액은 261억2463만달러로, 직전 8개월 월평균(249억2331억원)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 저가 매수를 노리는 매수 수요에다 급락 공포에 따른 매도세까지 가세한 데 따른 결과로 읽힌다.
이런 추세에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관련 서비스 확대를 위해 현지와의 접촉을 늘리며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미국주식) 주간거래 도입을 위해 현지 ATS 한곳과 계약을 하려고 한다"며 "현재 이를 위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주식 주간 중개) 단독 계약이 곧 끝난다고 알고 있다"며 "해외주식 투자 서비스는 현업에서 늘 고민하고 있는 부분으로 현재 관련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다만 이전처럼 마냥 서비스를 확대하기에는 한계도 있다는 설명이다. 높은 대외 변동성에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까지 둔화돼 투자심리 전반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철저한 계산 아래 확실한 '아웃풋'을 얘기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경영을 선언한 증권사가 나올 만큼 업황이 안 좋다"며 "미국주식 주간거래로 얻는 수수료 수익을 아웃풋으로 본다면 결국 인풋 대비 최대로 뽑아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제휴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시 위축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개시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