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약세장에서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취득 한도를 일시적으로 풀면서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들까지 자사주 매입 행진에 나서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주가 방어도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많다. 고금리 기조와 고강도 긴축으로 증권사들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뿐만 아니라 기업금융(IB) 등 전 사업부문에서 실적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3분기에만 10% 하락…자사주 취득 증권사는 조정 '제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최근 석달 동안에만 678만8200주 사들였다. 이 기간 지분율은 1.11% 늘어나 대량보유상황도 의무 공시됐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 27.43%(지난 17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모두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서 경영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이 덕분에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최근 하락장에서도 업종 내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
실제 국내 상장 증권사 14곳으로 이루어진 KRX 증권지수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9.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4.08%) 대비 2배 이상 떨어지는 성적표다. 한화투자증권(-23.46%)을 필두로 메리츠증권(-19.60%), 이베스트투자증권(-18.08%), 한국금융지주(-17.17%), 다올투자증권(-16.90%) 등 주요 증권사들이 '두 자릿수' 급락의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은 이 기간 4.38% 내리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주가 방어가 잘 된 편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난 6월 밝힌 출자계획에 따르면 회사는 당장 내달까지 미래에셋증권 주식 711만주가량을 추가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앞서 2020년에도 미래에셋증권 보통주를 2126만주 사들였고 작년에도 558만주를 취득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4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보통주 200만주의 자사주를 매수하기로 했다. 이들 주식은 최종 취득일로부터 반년 이상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달 30일 회사 이사회가 주가 안정을 위해 결정한 내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13.61% 뛰었다.
신영증권도 지난달 30일부터 석달간 보통주 10만주와 우선주 5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같은 달 29일 공시했다. 역시 주주가치 증대가 목적이다. 주가는 이후 3.38% 오르며 화답했다.
"당장은 효과 있다"…지속성엔 의문
이들 사례에서 보듯 증권가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에 효과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으로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추는 가운데서도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힌 증권사들은 일단 추가 조정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잉여금을 유통시장에 투입해 주식을 사들이는 자사주 매입이야말로 주가 부양의 강력한 수단"이라며 "매입 공시가 단발성 호재라면, 실제 매입으로 나타나는 성과는 더욱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한도 완화 조치를 연말까지로 연장한 것도 이들 증권사의 자사주 취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취득 신고한 주식수의 10% 또는 이사회 결의 전 30일간 일평균 거래량의 25%'중 많은 수량이나 '발행주식 총수의 1% 가운데 적은 수량'이었던 1일 자사주 취득 한도를 회사가 신고한 주식 수 전체로 늘린 게 골자다.
실제 금융위가 이 연장 조치를 의결한 지난달 28일 이후 앞선 증권사 2곳이 자사주 매수 계획을 밝혔다. 이들 증권사의 자사주 매입 기한 또한 연말로 쏠려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증권업종의 실적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어서다. 상반기 실적 감소가 브로커리지에서 기인했다면, 하반기에는 상품운용 손실과 더불어 부동산시장 침체 등에 따른 IB부문의 부진이 더해질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자사주 취득이 당장의 소방수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주가 방어를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8곳에 대해 최근 한달 이내에 나온 올해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7812억원으로 작년 3분기 실제 순이익보다 무려 43.47%나 급감한 수준이다. 이 수치 자체도 한달 전보다 14.86% 감소한 규모다. 최근에도 증권사 목표주가가 계속 하향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발표되는 실적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3분기도 거래대금 감소와 운용손실이 불가피했고 이밖에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자산관리와 관련된 투자심리도 나빠져 수익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인 미래에셋증권 등을 중심으로 전략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와 운용 모두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내달까지 진행될 미래에셋캐피탈의 보통주 매입이 주가 관리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