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기업공개(IPO)로 북적였던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닥친 모양새다. 연내 주식시장 입성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도전을 강행하는 기업은 몸값을 낮춰 투자자들 앞에 섰다.
코스피는 지난주 2400대에서만 움직이는 등 '박스피'에 갇혔다.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러브콜을 선뜻 보내지 못하고 있다. 추가 반등은 요원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자람테크놀로지, 구주매출도 줄여 상장 재도전
통상 11월은 IPO 기업의 수요예측이 가장 많은 달이다. 연말까지 상장을 완료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물밀듯 해져서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1월 수요예측 기업은 평균 12.4곳으로 1년중 최고치다.
그런데 올해는 그 수가 예년 평균에 못 미칠 전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적였던 공모주 시장이 최근 싸늘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바이오인프라를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벌써 기업 3곳이 상장 계획을 잠정 철회했다. 결과적으로 이주 공모청약에 나서는 기업은 전무하다.
이 와중에도 수요예측을 위해 출사표를 내민 기업은 있다. 통신반도체 설계기업인 자람테크놀로지다. 코스닥 시장 도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1일 공모 일정을 자진 철회했던 회사는 몸값을 낮춰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고 나섰다.
자람테크놀로지의 이번 공모가 희망범위는 주당 1만8000~2만2000원으로 앞선 제시 가격(2만1200~2만6500원) 대비 하단은 15%, 상단은 17% 낮아졌다. 구주매출 또한 기존 20만주에서 10만주로 줄었다. 대신 신주모집은 80만주에서 90만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총 공모주식 수는 100만주로 지난달과 같다.
내달 1일과 2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8일과 9일 공모청약에 나선다. 대표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한편 오는 28일에는 유니드 보드사업부가 인적분할한 유니드비티플러스가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한다. 회사의 기존 화학사업부는 분할 존속회사인 유니드로서 이달 1일 법인 분리가 완료된 상태다. 유니드비티플러스는 가구, 인테리어의 핵심자재인 중밀도섬유판(MDF) 시장 점유율 1위다.
코스피, 열흘째 2400대…'눈치보기' 장세 지속
코스피는 최근 10거래일 연속 2400대에서만 움직이며 박스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반등을 위해서는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보다 강해질 필요가 있지만, 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는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165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388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며 총 1513억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곳곳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는 '인상 속도의 둔화' 못지않게 '경기침체' 가능성 또한 구체적으로 강조됐다. 마침 한국은행도 지난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내렸다.
경기가 나빠지면 상장기업 실적도 하향될 수밖에 없다. 주가지수에는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소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의사록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고, 한국의 경우 1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0%대 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무역적자도 계속될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의사록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조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라며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장은 12월 FOMC 이전까지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에서 연준 정책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