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셀프연임' '황제연임'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연임에 제동을 걸 전망이다.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게 국민연금의 지적이다. 이에따라 내년 3월 열리는 KT 정기주주총회에서 1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구 대표의 연임은 낙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28일 KT 이사회는 구현모 현 KT 대표를 차기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앞서 이달 13일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현모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해 '연임 적격'이라는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구 대표가 경선을 자처함에 따라 최종 후보 선정을 복수 후보 심사 방식으로 전환했다.
1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오너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다고 문제 삼은데 따른 대응이었다. 이달 초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내부인과 외부인을 차별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있다.
이후 심사위원회는 14명의 사외인사와 13명의 사내인사로 후보군을 넓혔다. 면접 등 심사 과정을 거쳤으나 반전없이 구 대표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3년간 KT 대표이사를 지내며 매출 성장과 주가 상승에 기여했고 회사를 디지털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성공시키는 등 성과가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내년 3월 정기 주총 의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사 선임 안건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주주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변수는 지분 10.35%를 쥐고 있는 1대주주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의 연임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시사했다.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CEO 단독후보로 확정한 28일 저녁 국민연금은 즉각 입장문을 냈다.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최고투자책임자)은 입장문을 통해 "취임 인사 과정에서 말씀드린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향후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 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구 대표의 연임 안건에 대응한 의결권 행사를 시사했다.
앞서 서원주 본부장은 지난 27일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셀프연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서 본부장은 KT를 비롯해 포스코, 금융지주를 직접 언급하며 "소유분산 기업들의 CEO 선임이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의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소위 불공정 경쟁, 셀프 연임, 황제 연임과 같은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이익 극대화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구 대표의 연임이 저지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총에서 박종욱 KT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