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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장사 비판'에 증권사 예대마진 공시 제도화되나

  • 2023.01.13(금) 06:30

증권업계 신용거래 이자율 10%대
정치권, 예대마진 공시 법제화 추진
당국·업계는 공시 실효성에 의문

앞으로 증권업계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금리인상 파고 속 높은 금리에 한번 울고, 증권사 꼼수 공시에 두 번 우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국이 공시 제도 손질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다음 수순으로 예대마진(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 의무화에도 눈길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증권업계의 이자율 산정 체계를 문제삼으며 예대마진 공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은행들의 예대마진 공시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와 당국은 예대마진 제도화 필요성에 의문을 표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달리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대출금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금리 산정 절차의 투명성 제고 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비즈니스워치

금리인상에 10% 뚫은 신용거래 이자

연초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빚투'(빚내어투자) 고객들이 주식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신용거래융자 이자 공시방식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대면 계좌 개설 고객과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따로 고시해야 한다. 그동안 비교적 낮은 수준인 대면 고객용 이자율만 공시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빗발치자 공시를 세분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공시 개선으로 향후 투자자들의 이자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선 작업에 참여한 금투협 관계자는 "각 회사가 적용 중인 이자율에 대해 공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금리 수준이 문제가 돼서 이번 공시를 개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시 제도 손질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도 사실이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비대면 개설 고객에게 90일 초과 기준 각각 10.1%, 10.0%의 이율을 적용한다. 유안타증권은 30일 초과 고객에게 10.1%대 금리를 적용 중이다. 

폭리 비판에 예대마진 공시 향방은

당국의 공시 강화 움직임 속 예대마진 금리차 공시도 의무화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대부분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돈을 빌려 고객들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신용거래융자 이자는 통상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에 연동하는 한국증권금융 이자율에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을 가산해 결정한다.

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11~12월 4.03%을 유지하다가 현재 3.88%수준으로 소폭 내려왔다. 따라서 조달금리와 신용거래융자 이자 간 격차, 이른바 '증권업계 예대마진'은 6~7%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작년부터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신용거래융자 금리도 높게 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증권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예탁금이용료율은 1%을 밑돌고 있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은 고객 예탁금을 증권금융에 맡겨서 얻는 운용수익률이 3%대임을 고려할 때, 증권사가 절반이상의 이자를 가져가는 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예대마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들의 예대마진 공시를 제도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공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정보 제공 기능을 제고하는 한편, 투명한 금리산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1금융권의 예대마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금융위에 연 2회 예대마진을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당국과 증권업계는 업권 구조가 다른 만큼 증권사의 예대마진 공시 필요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고객의 예탁금을 대출 자금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월별 은행권의 예대마진 공시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정책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따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보의 다양성 차원에서 공시의 필요성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증권사에는 직접적으로 (대출) 자금을 조달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은행업권에 비해 공시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수신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거래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1금융권인 은행과 비교해 2금융인 증권사는 신용등급을 고려했을 때 동일한 수준의 이자율을 반영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금리와 투자심리 위축 속 '빚투' 규모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6월 20조원대를 유지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1월10일 기준 15조9000억원 수준으로 4조원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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