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오브젠이 이달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공시했어요. 이 회사 공모주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서류가 증권신고서인데요.
오브젠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분량은 무려 372페이지. 바쁜 투자자들은 대신해 [공시줍줍]이 핵심만 짚어 분석해 드릴게요.
▷관련 공시: [기재정정]증권신고서(지분증권)(2022.12.29)
금융엔 핀테크, 마케팅 도와주는 건 '마테크'
오브젠은 지난 2000년 설립 이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마케팅에 접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이를 판매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예요. 마케팅과 기술을 합친 일명 '마테크' 회사죠. 기업이 고객 특성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있게 각종 데이터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기술력을 보유했어요.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을 비롯해 백화점, 홈쇼핑,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요. 중견·중소기업으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어요.
오브젠은 2021년 85억원 상당의 시리즈 A 투자(스타트업 최초 투자금이 되는 시드머니)에 네이버클라우드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네이버클라우드는 당시 취득한 지분으로 2021년 말 기준 최대주주 전배문 대표이사(160만3740주, 지분율 52.06%)에 이어 오브젠의 2대 주주(26만9860주, 8.76%) 자리에 올랐죠.
다만 회사는 2021년까지 3개년도 연속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어요. 적자인 기업이라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상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술특례상장'을 선택한 이유죠. 작년에는 3분기 누적 기준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 역시 영업이익 5300만원, 순이익 6300만원으로 모두 1억원에도 못 미쳤어요. 사업 특성상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든 탓이죠.
실제 오브젠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49억원, 47억원가량을 경상연구개발비로 썼어요. 이는 해당연도 전체 영업비용의 21.4%, 18.0%를 각각 차지하는 규모. 회사는 이번에 공모하는 자금 대부분도 연구개발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미래추정 이익으로 환산한 공모가 '주의'
오브젠이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 수는 총 77만5956주로 100% 신주모집이에요. 이 중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은 19만3989주~23만2786주, 희망공모가는 주당 1만8000원~2만4000원이에요.
희망공모가 산정을 위해 오브젠은 웹케시, 엠로, 플래티어 등 3곳을 비교회사로 정했어요. 모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관련 회사란 공통점이 있는데요.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9.59배예요.
투자 시 주의할 점은 오브젠이 현재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인 만큼, 확정되지 않은 미래이익인 2024년 추정 순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공모가를 산정한 부분이에요.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억원이 안 됨에도 2024년 연간 순이익을 약 63억원으로 추정했죠.
이를 기준으로 회사는 1238억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산출해 주당 평가금액을 3만843원으로 계산했어요. 여기에 41.64~22.19%의 할인율을 적용했죠. 참고로 최근 2년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은 40.60~27.01%였어요.
오브젠은 10일과 11일 이틀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해요. 이어 오는 16일과 17일에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하죠.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사이며, 이 증권사 본·지점이나 온라인에서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요. 청약수수료는 증권사 고객 등급에 따라 면제하거나 최대 5000원까지 부과해요.
회사가 이번 공모로 조달하는 순수입금은 약 135억원(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이 중 70%를 오는 2025년까지 솔루션 연구개발과 운영에 쓸 방침이에요. 먼저 57억원은 AI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정보기술(IT) 장비에 투자하고요. 다른 38억원은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와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사용해요. 이외 데이터 구매 19억원, SaaS 운영 15억원, 마케팅에 4억원가량을 사용할 계획이죠.
'3년 연속 적자' 기술성장특례…리스크 주의
오브젠은 앞서 언급했듯이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기술성장기업이에요. 이 경우 규정에 따라 코스닥 상장 후 3년간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등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이 면제되는데요. 해당 유예기간이 지나면, 영업실적 악화 정도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이 있어요.
인력 유출이나 수급 측면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에요. 오브젠이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술을 기반으로하기 때문이죠. 생산설비 구축 등 자본 투자가 많지 않은 대신 전문 기술을 갖춘 인력의 확보가 중요해요.
이에 회사도 이번 IPO 과정에서 주요 연구인력에게 우리사주조합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직무발명보상,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의 급여 지급 등을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가운데서도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 연구개발 지연 등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또 주요 고객사가 금융사와 일반회사의 IT 부문인 만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침체하면 오브젠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고객사들의 요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할 경우에도 실적이 쪼그라들 수 있죠.
이는 최근 마테크 분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요. 마테크 솔루션 시장의 시장참여자는 솔루션을 보유한 오브젠과 해외 솔루션사, 솔루션을 보유하지 않고 자체개발로 서비스하는 국내 IT 계열사 및 중소 IT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국내 마테크 솔루션 시장이 성장하면서 세일즈포스(Salesforce), 어도비(Adobe) 등 해외 유수 솔루션사들이 국내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어요.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고 기존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이 역시 회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상장 후 유의할 점
오브젠 공모주 투자를 결정했다면 상장 이후 나올 수 있는 물량도 유의해야 해요.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주식이 발행주식총수의 23.64%인 91만7158주이기 때문. 상장 첫날 주가가 하락할 소지가 다분하죠.
특히 상장 한달 이후부터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 1% 이상 보유주주들의 지분도 시장에 풀릴 수 있어요. 신승현 13만6040주(공모 후 3.51%), PTR-ET디스커버리 사모투자신탁의 신탁업자인 NH투자증권 4만4980주(1.16%), DS자산운용 4만4980주(1.16%), 스파크랩-신한오퍼튜니티 제1호 투자조합 4만4980주(1.16%)가 여기에 해당하죠. 이들 7%가량을 포함해 상장 석달 후엔 앞선 발행주식의 16% 이상에 대한 의무보유 기간이 해제된다는 점, 잊지 마세요.
*독자들의 제보와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