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지난달 소시에테제네랄(SG)발 대규모의 주가폭락 및 주가조작 사태의 도구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제도를 전격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CFD제도 규제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삼천리, 세광,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주가폭락으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작전세력이 시세조종 수단으로 CFD를 악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동안 CFD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CFD 제도개선방안은 ▲CFD투자 주체 명확화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CFD 포함 ▲저(低) 유동성 종목 CFD거래 제한 ▲CFD매도자 공매도와 동일한 규제적용 ▲개인전문투자자 제도 개선 등 크게 5가지다.
CFD투자주체 기관·외국계 대신 개인으로 명확히 표기
금융당국은 먼저 CFD의 실제 투자 주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CFD특성상 국내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해도 실질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주체는 국내증권사와 백투백 계약(back-to-back)을 맺은 외국계 증권사로 잡힌다. 만약 국내증권사가 직접 주식을 매수해도 주식매수 주체는 기관으로 잡힌다.
실제 CFD 투자자는 96.5%가 개인전문투자자이지만, 기관 또는 외국계 증권사가 매수 주체로 집계되면서 해당 종목에 기관·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통계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또 기관·외국계 증권사가 매수 주체로 잡히면 실제 CFD에 투자한 개인전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자금 등 투자참고 지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CFD거래 시 실제투자자가 개인이면 개인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바꿀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앞으로 시장참여자들이 실제 투자자가 누군지, CFD거래와 반대매매에 따른 영향이 얼마나 될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융자와 동일하게 CFD도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
그동안 CFD거래를 하더라도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증권사가 투자자들에 돈을 빌려 줄 수 있는 한도로 보통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수준)에는 CFD거래가 포함되지 않았다.
CFD거래 특성상 투자자가 40%의 증거금만 내고 나머지는 사실상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주식을 매수함에도 빌려준 60%에 대한 금액이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로 잡히지 않은 것이다.
신용융자는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빚투(빚내서 투자)의 형태인 CFD와의 규제차이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CFD가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해 신용공여한도 제한이나 업계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신용융자와 동일하게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해 전체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거래 활발하지 않은 저유동성 종목은 CFD거래 제한
또 CFD 중개 및 반대매매 기준 등을 담은 CFD취급 관련 모범규준을 마련,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저유동성 종목에 대해선 CFD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주식 유동성 수준을 1년 단위로 평가해 평균 체결 주기가 10분을 초과하는 경우 '저유동성 종목'으로 분류한다.
특히 저유동성 종목투자에 CFD거래가 활용되면서 주가변동성을 키워 이번 SG증권 발 폭락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삼천리, 세방, 서울가스 등 이번에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종목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상 공매도와 유사한 CFD, 잔고보고·증자 참여 제한
CFD거래는 특성상 계좌를 개설한 개인전문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 40%라는 일부의 증거금만 납부하고 주가가 오를 경우 그 차익만 얻어가는 방식이다. 반대로 CFD는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베팅하는 매도포지션도 가능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러한 CFD의 투자기법이 사실상 공매도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공매도는 잔고보고 의무와 유상증자 참여 제한을 받는다. 잔고보고 의무는 투자자가 해당 주식의 종목명, 투자자의 성명 등 인적 사항, 발행 주식 수 대비 공매도 포지션 비율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유상증자 참여제한은 가격을 일부러 떨어트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상증자 기간에 공매도를 한 경우 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매도포지션에 있는 CFD투자자에도 공매도와 똑같이 잔고보고 의무 및 유상증자 참여제한을 적용할 예정이다. 당국은 올해 3분기 중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문투자자 대면확인 의무… CFD거래 잔고기준 3억으로 상향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은 CFD거래가 대폭 늘어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제도 손질에 나선다.
그동안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의 설명의무 적용 대상에서 개인전문투자자는 빠져있었다. 따라서 비대면방식으로도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개인전문투자자를 지정해 왔다.
금융당국은 현재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과정에서 투자자 스스로 전문투자자로 대우받는다는 것의 의미와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투자자가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을 신청할 때는 대면확인(영상통화 포함)을 의무화한다.
또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2년마다 전문투자자 요건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어긴 증권사에 대해서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행정제재를 부과한다.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유도를 위한 증권사의 권유행위도 전면 금지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개인전문투자자 제도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5000만원)에 대한 제도 수정은 하지 않는다. 대신 CFD 등 장외파생상품 및 고난도 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 상품을 거래할 경우에만 별도의 잔고기준을 추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별도의 잔고기준은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 평균잔고 3억원 이상'이다. 개인전문투자자가 되는 요건은 잔고기준이 5000만원 이상이면 되지만 CFD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경우 잔고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높여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2019년 당시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할 때 CFD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모펀드나 비상장주식, 크라우드펀딩 등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완화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굳이 모든 전문투자자 요건을 높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CFD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3억원 이상 잔고기준을 시행하면 개인전문투자자의 22%가 이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금융당국은 이번 보완책이 시행될 때까지 앞으로 3개월 간 개인전문투자자가 신규 CFD거래를 하지 않도록 증권사에 권고할 방침이다. 이후 제도보완책이 시행되면 시스템 및 내부통제체계 보완이 이루어진 증권사부터 신규 CFD거래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수영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조치로 CFD시장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지만 CFD시장 자체가 규제차익 때문에 급성장했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