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해 적자로 고전하던 증권사들이 최근 잇달아 흑자를 내며 성과를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니켈 최대 생산 등 풍부한 광물자원 보유국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자본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에게도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작년에만 '67억 손실' NH증권, 올 1분기 흑자전환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NH코린도증권(PT. NH Korindo Securities Indonesia)은 올해 1분기 7억원 상당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10억원가량의 순손실에 이어 매분기 이익을 쓰지 못한 채 연간 67억원의 적자를 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09년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일찍이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캐치한 것이다. 현재 NH코린도증권은 인도네시아 자본시장감독국에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상장주관 라이선스를 취득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현지 영업지점은 작년 9월 말 기준 7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3년 인도네시아에 발을 들여 NH투자증권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실적으로는 압도적이다. 현지법인인 미래에셋 세쿠리타스(PT. Mirae Asset Sekuritas Indonesia)가 최근 3년 연속 인도네시아 내 주식거래대금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증권사는 외국법인 실적을 연간 기준으로 공시해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법인의 순익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다. 그러나 미래에셋 세쿠리타스는 지난해 68억원에 가까운 연간 순이익을 거뒀다. 현지 점유율 등을 따져볼 때 1분기에도 흑자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은 작년 2월 인수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발부리증권(KB Valbury Sekuritas)으로 선전하고 있다. KB발부리증권은 올해 1분기 약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현지에 진출한 지 1년밖에 안 됐음에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법인을 둔 다른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 적자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손실 규모를 줄여가며 고군분투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PT Shinhan Sekuritas Indonesia)만 해도 작년 1분기 순손실이 10억원을 넘어섰지만 올해는 8억원대로 적자규모를 줄였다.
한국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KIS 인도네시아(PT Korea Investment & Sekuritas Indonesia)는 올해 1분기 순손실이 1400만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2억5800만원) 대비 적자가 2억원 넘게 감소한 것이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PT Kiwoom sekuritas Indonesia) 역시 같은 기간 순손실이 약 9000만원에서 6500만원가량으로 흑자에 가까워졌다.
주식투자자 3년 새 4배 껑충…성장성 '주목'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5.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국가다. 인구만 2억8000만명으로 세계 4위 인구대국인 데다 최대 니켈 생산국으로 막대한 천연자원을 자랑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국민들의 자본시장 참여도 빠르게 확대됐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주식과 회사채, 뮤추얼 펀드 등을 거래하는 투자자 수는 2019년 248만명에서 지난해 1031만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도 인도네시아에 계속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 7곳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K-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 2023' 행사를 열고 현지에서 투자설명회(IR)를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행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와 샤리아(Shariah)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고, 신규상품 및 서비스 출시를 지원하기로 했다. 샤리아 ETF는 술이나 담배 등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업종엔 투자하지 않는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도네시아 증시의 시가총액은 한국의 35%에 불과해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며 "보유 중인 막대한 광물자원 역시 중장기 성장산업 밸류체인 내에서 매력적인 협업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