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LG-현대차 인도네시아 합작…사실일까?

  • 2021.05.31(월) 07:30

LG엔솔, 배터리 컨소시엄 설립 소식 있고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계획도 있지만
'둘은 별개?'…현지시장도 일본차가 98% 장악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100% 자회사)과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관련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양사가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 시장까지 공략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죠.

두 회사는 모두 이 소식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들의 협력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인도네시아 시장공략도 유사한 시기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양사의 협력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하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입니다. ▷관련기사: 배터리 합작사?…현대차-LG화학, 미묘한 입장차(2020년 1월20일)

/사진제공=현대차

우선, 양사의 JV 설립 추진 소식은 현지언론 등 외신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다소 혼선을 야기하는 대목이 있어 이것부터 짚어봅니다.

한 국제 통신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해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른바 'LG 컨소시엄'에 LG화학, LG상사 등 LG그룹 계열사들뿐만 아니라 포스코, 중국 코발트 기업 화유 등이 참여해 이같은 투자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현대차에 공급될 것이란 설명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국내에서 이런저런 사실들과 혼합되며 LG가 현대차와 JV 설립에 나설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집니다.

현대차가 2019년 말에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다고 밝힌 바 있어서라는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현대차는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최대 25만대까지 확대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 발표된 현대차 공장의 가동 목표는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 기준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B세그먼트), 소형 다목적차량(MPV, B세그먼트) 등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했죠. 당시 계획 상 이곳에서 전기차 생산을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또 JV를 설립해 공장 설립과 생산초기부터 협력하는 방향을 모색하려면 양사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고, 양사가 기존에 추진 중인 각자의 계획에도 상당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도 "LG 컨소시엄과 현대차와의 JV 설립은 별개의 사안", "JV 설립이 컨소시엄의 활동보다 다소 빠르게 발표될 가능성이 있지만, 양사의 협력을 확언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까닭에 인도네시아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양사 협력의 장이 먼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일종의 전기차 테스트베드를 짓는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그것입니다. 부지 4만4000㎡(1만3000평), 연면적 9만㎡(2만7000평), 지상 7층 규모로 내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입니다.

이곳에서 양사가 제품 생산을 시범적으로 해보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동남아 시장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시장 상황을 봐도, 양사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애매한 구석도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텃세가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인도네시아 자동차생산자협회(GAIKINDO) 통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현지 시장을 대부분 장악했습니다. 도요타, 다이하츠, 혼다 등 일본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할 정도입니다. 현대차는 통계 순위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준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견제도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사례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6년에 당시 기아차와 자국 기업의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관세도 면제하는 시도를 했는데요. 일본과 유럽 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IMF 사태까지 터지면서 해당 계획은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면 안 되겠죠. 인도네시아 시장의 가치와 잠재력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반 자동차도 연간 100만대나 팔리는 곳이고, 특히 전기차 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시장은 현지에서 아직 태동기이고,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해당 분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 정부도 전기차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에 사치세를 매기는데 전기차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중입니다. 공해 문제 해결과 함께 관련 산업도 육성하기 위해서죠.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절반 수준이 사는 자바섬에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대기오염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꼽히는데요. 이 나라는 2019년 말부터 지난해 초에 자국 니켈 원석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니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키우기 위해서죠. 

전기차 관련 기업이라면 니켈 확보 차원에서라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한 셈입니다. 경쟁자들이 먼저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과 미국 전기차 테슬라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추진중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손잡고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는 '설'이 실제로 성사될지, 또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