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의 수익성이 작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모두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삼중고'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상장사들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차·기아 분발했지만…한전·하이닉스 손실 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615개사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390조54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8% 증가했다.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소폭 늘어났으나 수익성은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3조1083억원, 37조68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45%, 57.94%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대폭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82%로 전년동기대비 3.4%포인트 감소했다. 순이익률은 2.71%에 불과했으며, 전년과 비교해 3.88%포인트 줄었다.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흑자기업도 감소했다. 상반기 흑자를 낸 기업은 469개사로 전년 495개사 대비 26개사가 줄었다. 적자기업은 120개사에서 146개사로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상반기 영업이익이 늘어난 업종은 운수장비업(84.71%), 기계업(62.02%), 비금속광물업(26.71%), 유통업(2.56%), 통신업(3.26%) 5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운수장비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71%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가 영업이익 상위 1, 2위를 차지한 덕이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59.52% 증가한 7조830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기아도 63.44% 증가한 6조277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반면 운수창고업(-62.32%), 화학업(-58.01%), 철강금속업(-50.06%)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전력 등 전기가스업은 적자를 지속했으며, 의료정밀업과 전기전자업은 적자 전환했다.
개별 기업을 보면 가장 큰 영업손실을 입은 회사는 한국전력으로 8조4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음은 전기전자업에 속한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가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6조28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LG디스플레이는 1조9798억원의 영업손실로 작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반도체·제약업 부진에 수익성 대폭 줄어든 코스닥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1230개사 중 전기와 실적 비교가 가능한 1112개사의 연결기준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매출액은 131조1000억으로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도 코스피처럼 매출액은 소폭 늘어났으나 수익성은 대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5조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6.1%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4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41.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4.1%, 3%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7%포인트, 2.5%포인트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IT산업에 속한 업종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반도체 장비 및 통신장비 등을 제조하는 IT 하드웨어 업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2% 감소했으며, IT 소프트웨어 업종의 영업익도 62.8% 줄었다.
제조산업에서는 제약업(-89.8%), 의료·정밀기기업(-37.2%), 기계·장비업(-30.7%), 화학업(-21.8%)의 영업익이 대폭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