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지난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앞으로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인 만큼 개별 기업의 실적과 이익 전망치를 주시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애널리스트 컨센서스가 2개 이상이며 시가총액이 2000억원을 넘는 344개 기업 중 실적 발표를 완료한 29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29조1000억원)이 컨센서스(36조6000억원)를 20% 가량 밑돌았다고 밝혔다. 통상 기업의 4분기 실적이 저조한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저조한 성과다.
산업 섹터별로는 26개 중 24개 섹터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IT가전(-14.2%), 상사·자본재(-12.5%), 철강(-10.1%), 반도체(-9.5%), 자동차(-9.3%)가 어닝쇼크 상위에 위치했다.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돈 섹터는 소프트웨어와 건강관리 2곳 뿐이다. 이 역시도 컨센서스보다 실제 실적이 각각 1.2%, 0.5% 양호한 것에 불과해 호실적으로 보긴 애매한 수준이다.
해외와 비교해도 성과가 부진하다. 신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1개월 상승률은 한국(-2.4%), 중국(-0.9%), 홍콩(-2.7%), 대만(+0.9%), 일본(+2.0%), 미국(+0.9%), 유럽(-1.0%), 독일(-0.8%)"이라며 "중화권을 제외하고는 국내 EPS 전망치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성과 부진 이유로 반도체 업황 부진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이차전지 셀, 관련 소재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해당 섹터의 어닝쇼크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은 인공지능(AI) 기술과 글로벌 공급망 개편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이익전망치가 견조하다. 일본도 공급망 재편의 대표 수혜국이며 대만 역시 AI 산업 발전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 속 TSMC를 보유, 미래 이익전망 흐름이 양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섹터보다 개별 기업의 이익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도 "그중에서도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고 향후 이익 모멘텀 역시 견조한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지난해 컨센서스 대비 10% 이상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최근 이익 전망치가 상향조정 됐으며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전망치 상승률이 높은 기업을 소개했다. 그가 꼽은 기업은 △SK바이오팜 △CJ ENM △한미반도체 △금호타이어 △HD현대일렉트릭 △DL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