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큰 폭 오르면서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우수한 성과를 냈다. 특히 후공정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주가도 상승 흐름을 보이며 코스피 지수가 오르자, 코스피 인버스 ETF는 수익률이 내려앉았다.
삼성자산운용이 5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도 50조원대에 올라섰다. 5위 자리를 내준 한화자산운용은 키움투자자산운용에 6위 자리도 내주며 하위권으로 내려갔다.반도체 ETF 수익률 치솟고…인버스는 줄하락
반도체 관련 ETF가 수익률 1~4위에 나란히 올랐다. 반도체 후공정 소부장 기업인 한미반도체, 리노공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다. 인공지능(AI) 산업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요도가 커지면서 관련 소부장 기업의 주가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과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
실제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2월 29일 8만4800원에서 3월 29일 14만2300원으로 한달간 67.8%나 치솟았다. 리노공업은 같은 기간 20만8000원에서 25만5500원으로, 삼성전자는 7만4900원에서 8만2400원까지 올랐다.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ETF는 'SOL 반도체후공정'으로 29.13%의 수익률을 올렸다. 신한자산운용은 반도체 기업을 공정(전공정, 후공정)별로 세분화해 ETF 상품을 만들었다. 'SOL 반도체후공정'은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이수페타시스 △이오테크닉스 등을 담고 있다.
수익률 1위를 달성한 'SOL 반도체후공정'은 다른 반도체 ETF에 비해 후공정 관련 주식의 비중이 높다. 'SOL 반도체후공정'의 한미반도체 비중은 34.02%(2일 기준), 리노공업은 16.31%에 달한다.
반도체 ETF수익률 2위(28.44%)인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내 한미반도체 비중은 25.89%, 리노공업은 17.51% 수준이다. 그 외 수익률 3위는 'ACE AI반도체포커스'(24.55%), 4위는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24.02%)이 각각 차지했다.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는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ISC △이수페타시스를 담고 있다. 'ACE AI반도체포커스'는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은 △한미반도체 △이수페타시스 △이오테크닉스 등을 각각 담고 있다.
5위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23.22%) ETF다. 금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 채굴기업의 수익률도 치솟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금 채굴기업 ETF는 캐나다, 미국, 호주 등 글로벌 금채굴기업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금 가격 대비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으로 금 가격 상승시, 비교적 높은 수익 추구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가격 하락시에는 금 채굴기업 ETF가 금 ETF보다 불리할 수 있다. 금 가격 상승기에는 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는 반면 금 가격 하락기의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지난 2월 한달간 9.84% 하락하면서 금 ETF보다 부진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수익률 하위 종목에는 코스피 인버스 상품이 포진했다. 지난달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나빠진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9일 2642.36에서 지난달 29일 2747.63까지 3.98% 올랐다. 그 사이 KODEX(삼성자산운용)·KBSTAR(KB자산운용)·TIGER(미래에셋자산운용)·ARIRANG(한화자산운용)·KOSEF(키움자산운용) 등 각 운용사의 '코스피200선물인버스2X'는 수익률이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미래에셋 50조 돌파…KB운용 안정적 성장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29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 상위 8개 운용사의 순자산총액 합계는 전월 말 대비 6조7784억원(5.2%)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 순자산총액은 3조원 가량 증가한 56조642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가 상승에 힘입어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KODEX 200'이 559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큰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의 움직임을 반영해 연간 3~4%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금리형 ETF에도 자금이 쏠렸다.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가 5341억원 늘었다.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많았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가격은 하락(-11.05%)했지만,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에 나서면서 순자산 2059억원이 더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순자산총액은 51조373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에 이어 두번째로 순자산총액 5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반도체 ETF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순자산이 3739억원 늘었다. 이 ETF는 세계적인 반도체 업종지수로 꼽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한다.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TIGER 200'에는 3702억원, 'TIGER 미국S&P500'에는 3298억원이 각각 더해졌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KOFR 관련 ETF 순자산총액은 크게 줄었다.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에서는 4443억원이 빠져나갔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0조4211억원의 순자산총액을 기록하면서 10조원대 돌파 이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상장한 'KBSTAR CD금리액티브(합성)'에 1501억원이 몰렸다. 상장 4일 만의 성과다. 이 ETF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 금리를 목표 수익률로 운용한다.
반면 'KBSTAR 머니마켓액티브'에선 167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ETF는 'KBSTAR CD금리액티브(합성)'와 유사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유형의 상품이다. 신규 상품 발매에 따라 안정성을 우선순위로 꼽는 투자자가 'KBSTAR 머니마켓액티브'에서 'KBSTAR CD금리액티브(합성)'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한투 약진…7위까지 내려앉은 한화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지난 2월 순자산은 6조9912억원이었으나 3월에는 1조원 가량(13.1%) 증가한 7조9082억원을 기록했다. 순자산증가율(13.1%) 1위다.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ETF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로 순자산이 1599억원 증가했다. 미국 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ACE 종합채권' 1489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ACE 종합채권 ETF는 발행잔액 500억원이 넘고 'AA-' 이상 등급을 보유한 국고채, 은행채, 회사채 등 채권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한다.
국내외 반도체 ETF인 'ACE 글로벌반도체 TOP4 Plus'로도 1017억원의 투자금이 모였다. 이 ETF는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더리, 반도체 장비 섹터를 대표하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타이완 반도체 매뉴팩처링(TSM),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담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다음으로 순자산증가율이 높은 곳은 신한자산운용(8.4%)이다. 신한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2월 3조2046억원에서 이번 달 3조473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2월 순자산총액 '톱(TOP)5'에 오른 이후 물러섬 없이 계속 앞을 보고 달리는 모습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상품은 파킹형 ETF인 'SOL 초단기채권액티브'다. 83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순자산총액이 563억원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상장한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에도 400억원의 자금이 유입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6위)은 순자산총액 3조3509억원을 기록하며 한화자산운용(7위·3조1959억원)을 앞질렀다. 지난 2월 상장한 '히어로즈 머니마켓액티브'에 2098억원의 자금이 쏠렸다.
한화자산운용은 앞서 신한운용에 5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7위까지 밀려났다.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에 792억원이 모인데 반해 'ARIRANG 국고채10년액티브'에선 1564억원이 빠져나갔다.
NH-아문디자산운용 순자산총액은 1조8571억원에서 1조8197억원으로 줄었다. 'HANARO FN조선해운' ETF 가격은 다소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순자산총액이 409억원 빠졌다.또 보수전쟁 시작한 삼성vs미래
지난달에는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미 증시에 상장한 ETF와 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경쟁 관계를 만들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5일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를 출시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를 높은 비중으로 담으면서 국내 상장 리츠에도 투자하는 ETF다.
이와 유사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19년 7월 출시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가 있다. 상품별로 투자 비중에 차이는 있으나 맥쿼리인프라를 중심으로 국내 상장 리츠를 담아놓은 점에서 구조가 비슷하다.
유사한 ETF가 시장에 나타나면 투자자들은 보수를 비교한다. 따라서 삼성운용은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의 총보수를 0.09%로 책정했다. 미래에셋의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총보수 0.29%)보다 낮게 설정해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에 미래에셋운용은 즉시 총보수를 낮춰 대응했다. 약 2주 만인 지난달 19일 미래에셋운용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의 총보수를 0.08%로 낮췄다.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 엔화에 연동하는 미국 장기채 ETF도 경쟁이 붙었다. 지난달 12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를 출시하면서다.
앞서 국내에 상장한 일본엔 노출 미국 장기채 ETF는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이 유일했다. 다만 보수율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투운용은 KB운용과 같은 0.15%로 총보수를 결정했다. KB운용도 경쟁 ETF의 등장 이후 총보수를 낮추지 않았다.
매달 분배금(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출시 당시 KB운용의 ETF는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는 운용 방식이었으나, 한투운용이 월 분배하는 ETF를 출시하면서 운용 방식을 바꿨다.
두 운용사 ETF의 차이점은 실물투자 여부다. KB자산운용은 실제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와의 계약을 통해 수익률을 제공받는 합성복제 방식으로 운용한다. 반면 한투운용은 실제 자산을 보유하는 실물복제 방식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