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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늘리면 밸류업?…"주주환원은 밸류업 목표 아닌 수단"

  • 2024.09.20(금) 16:48

20일 기업거버넌스포럼 밸류업 세미나
"밸류업 목적은 기업가치 올리는 것"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는 주주환원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인데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밸류업에 참여했거나, 참여를 고려하는 기업이 단순히 주주환원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과정과 목적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최성준 기자 csj@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주주환원은 밸류업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 교수는 기업이 밸류업을 접근하는 방식에 오해가 있어 밸류업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늘려야 밸류업에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며 "밸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주환원과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의 목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주주환원도 있지만, 어떤 기업은 주주환원보다는 재투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무이론에 따르면 주주환원이 증가한다고 무조건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COE)보다 높으면 주주환원을 줄이고 반대의 경우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기업의 자본비용을 파악해 회사가 가야할 길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름부터가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천 방안'"이라며 "밸류업은 회사의 자본비용이 얼마인지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키움증권을 보면 자본비용을 지표로 제시하지 않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C 학점을 준 것"이라며 "A+를 받은 메리츠금융지주는 자본비용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이론적으로 재투자가 유리하지만, 주주환원을 늘려도 오히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 보호에 취약한 국내 증시에서 배당을 확대해야 주주를 고려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김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가 부족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없을 때 회사가 보유한 자본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회사를 못 믿는 우리나라에서 주주환원을 늘린다면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시그널이 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발표자로 나선 김규식 변호사는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 확보뿐만 아니라 주주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 등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이후 진행된 토론패널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를 대표하기 위해 참석한 마이알파 존 전 상무는 "많은 한국기업의 오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소수지분을 보유하고 100%를 보유한 듯 행동하는데 과분한 권한인 것 같다"며 "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가 구성되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대해 낙관론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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