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출범하는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최대주주는 금융투자협회다.
넥스트레이드 창립 발기인 8곳은 각각 지분 6.64%씩 보유하고 있는데 금투협이 다른 주주보다 1주를 더 가지고 있다.
금투협은 넥스트레이드 설립위원회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투입, 인력지원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라는 상징적 의미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금투협의 전신인 증권업협회는 코스닥을 운영하던 곳이다. 20여년전 2005년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이 모두 증권거래소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코스닥을 한국거래소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증권업협회도 선물협회, 자산운용협회와 통합해 지금의 금투협이 됐다.

코스닥 뿌리는 금융투자협회 전신 증권업협회
넥스트레이드가 내년 3월 시작하더라도 당장 금투협이 과거 증권업협회 시절 주도하던 코스닥처럼 새로운 증권거래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으로 단일거래소 체제가 복수거래소 체제로 바뀌는 것은 맞지만, 정규거래소의 지위는 없는 단순 거래만 가능한 반쪽짜리 복수거래소 체제다.
일반적으로 정규거래소는 거래 기능뿐만 아니라 상장, 시장 감시 기능이 있다. 그러나 대체거래소는 정규거래소인 한국거래소가 상장시킨 주식, 파생상품 등 증권을 단순히 거래하는 기능만을 갖춘 '미니거래소' 개념이다.
국내와 다르게 미국은 다양한 ATS뿐만 아니라 정규거래소도 다수 존재하는 진정한 복수거래소 체제에서의 경쟁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현재는 3대 정규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 복수의 정규거래소와 ATS가 경쟁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이처럼 복수 정규거래소 간의 경쟁체제로 운영될 수도 있었다. 나스닥은 미국증권업협회(NASD)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주식의 호가를 종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시스템에서 시작했다. 나스닥이 기술주로 유명세를 모은 이유도 자금조달이 필요한 비상장 기술기업이 주로 거래했기 때문이다.
코스닥(KOSDAQ)도 나스닥을 본떠 만든 것이다. 코스닥의 뿌리는 금투협의 전신 한국증권업협회(KSDA)가 1987년 4월1일 개설한 '증권업협회 주식장외시장'이다. 당시 증권업협회는 비상장주식 투자자에게 환금 기회를 주기 위해 미국증권업협회가 나스닥을 개발한 것에 착안해 시장을 개설했다.
이후 1991년에는 장외시장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장외거래중개실'을 설치하고 증권사 창구거래를 통한 거래가 가능하게 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많은 벤처기업이 등장했고, 신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위해 정부가 '주식식장외시장 활성화방안'을 내놓으면서 1996년 7월1일 코스닥이 출범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코스닥이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본조달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증권거래소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을 준비하는 시장이 아니라 역할을 보완하는 경쟁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코스닥은 증권거래소가 아닌 협회가 운영해 엄밀히는 상장시장이 아닌 비상장시장이었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아닌 '협회 등록법인'으로 불렸던 이유다. 다만 시장의 인식은 정규시장 못지 않았고 벤처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흐름이 이어졌으면 미국의 나스닥처럼 정규거래소로 발전했을지도 모를 코스닥은 정부 정책에 의해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2004년 정부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을 마련하고 통합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코스닥이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통합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로 합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간의 통합문제가 불거졌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코스닥도 통합거래소에 합치게 한 것이다. 증권협회 측에서는 유가증권시장의 2부 시장으로 코스닥시장이 전락하면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에 반대했으나 결국 통합거래소의 사업본부로 들어서게 됐다.
넥스트레이드로 증권거래시장 재진입
넥스트레이드는 코스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유관기관 3개사와 19개 증권사, 네이버파이낸셜, BC카드 등 IT기업의 출자를 통해 만들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출자하지 않았다.
최대주주는 금융투자협회다. 발기인인 금투협,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8개사는 모두 지분 6.64%씩을 보유했다. 그러나 금투협은 이들보다 1주 더 많다. 상징적 의미이지만 엄연한 최대주주이다.

넥스트레이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투협이 ATS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으며 협회의 일부 인력이 넥스트레이드로 아예 이동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잘 안되면 협회 입장에선 손실을 보기 때문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를 돕기 위해 시장 제도나 운영에 대한 이해도 높은 직원들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코스닥을 내줘야했던 협회는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을 통해 다시 간접적으로 거래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후 거래량을 늘려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정규거래소 수준으로 성장하길 기대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ATS로 출범한 거래소가 정규거래소로 전환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2005년 ATS로 설립한 미국 'BATS' 거래소는 출범 이후 몸집을 키우며 NYSE와 나스닥의 과점시장을 허물 수준의 경쟁자로 성장했고 2008년 정규거래소로 전환했다. 다만 현재는 CBOE에 인수된 상태다.
지난 2013년 ATS로 설립한 IEX(Investors Exchange)도 2016년 정규거래소로 전환한 바 있다. 현재는 미국 전체주식거래량 중 2.87%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2019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미국 금융기관이 직접 정규거래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기존 증권거래소의 수수료가 비싸다고 판단해 'MEMX(Members Exchange)'라는 거래소를 만든 것이다. 현재는 점유율 1.81%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ATS가 이제 첫발을 떼는 우리나라에서 당장 미국 같은 사례가 나타나긴 어렵다. 초기 단계 어느정도 시장점유율을 차지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시, 시장감시, 청산·결제 등 여러 단계를 지원받거나 의존해야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놓고 '정규거래소로 확장이 목표'라고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보다 더 긴 거래시간을 차별점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시간외 장외시장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유통시장발전을 통해 거래소의 변화를 유도하고 경쟁을 통해 시장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로 넥스트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규거래소 전환은 아주 먼훗날의 얘기"라며 "지금은 거래량 등의 제약이 있어서 수익조차 안날 수 있어 초기 안착에 신경써야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