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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와 정반대 글래스루이스, 집중투표제·고려아연 후보 '찬성'

  • 2025.01.14(화) 17:31

글래스루이스, 기관투자자에 의안분석 보고서 발송
"경영진, 장기 가치 창출 목적‥영풍·MBK, 단기수익 우선"
"집중투표제 조작 부작용보다 주주대표성 강화 이점"
고려아연 "영풍·MBK도 공감해야" vs MBK "편향 보고서"

글로벌 2위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안건은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이며, 같은 날 표결을 진행하는 이사 선임 방식의 '룰'을 결정한다.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 상한 설정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했으며, 경영진이 추천한 이사 후보 4명에게만 지지를 표했다. 영풍‧MBK 측이 제안한 후보에게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영풍‧MBK측이 제안한 안건 중에선 오직 집행임원제도 도입에 대해서만 찬성했다. 

글래스루이스는 14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주총회 의안분석보고서를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앞서 글로벌 1위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서스틴베스트가 의안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이번 임시주총과 관련 전반적으로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비쳤다. 먼저 "영풍‧MBK의 제안대로 이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고려아연은 장기 성장과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다각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내세운 반면, 영풍‧MBK 측은 회사의 장기 투자를 대폭 줄이고 단기 수익을 우선시할 것을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무성과 측면에서 영풍‧MBK 측의 투자축소 요구는 최윤범 회장이 추구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목표하는 장기적 가치창출, 경쟁력 확보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현 경영진이 유상증자 계획으로 시장의 비판을 받았으나, 이를 곧바로 철회하고 집중투표제 도입과 독립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을 제안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풍‧MBK에 대해선 영풍의 경영 관련 논란이 해결되지 않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다른 소수주주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글래스루이스는 대부분 안건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앞서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를 권고한 ISS의 결정과 엇갈린 셈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에 대해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에 대해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의 부작용보다 '소액주주 보호장치 마련'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집중투표제가 특정 후보에 대한 전략적 조작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번 경우에는 주주 대표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이점이 리스크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 7명 모두 독립성과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 역시 ISS가 영풍·MBK 측 후보 4명에만 찬성을 권한 것과 거리가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또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제한이 모두 가결될 경우 주주들은 경영진 측 후보 4명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권고했다. 찬성을 권고한 후보는 △이상훈 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대표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다.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고 이사수 상한 설정이 부결된 경우에는 이사회 규모가 20명을 초과하지 않도록 경영진이 제안한 7명 이사 선출안을 지지하라고 권고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안이 부결됐을 땐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 7명을 모두 지지하고 영풍·MBK 측 후보엔 모두 반대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글래스루이스는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설정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했다. 영풍·MBK 측이 제안한 안건 중에선 집행임원제도에만 찬성을 권했다. 

한편 글래스루이스 보고서에는 일부 오류가 발견됐다. 더 이상 고려아연 지분이 없는 최윤범 회장의 부친 최창걸 명예회장이 0.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적었다 . 또 지분율 상위 20위 주주명단에 한화임팩트(2.06%) 등 일부 법인 주주도 빠졌다.

사실상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고려아연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현 경영 체제 유지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영풍·MBK 측이 이에 공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MBK 측은 보고서에 대해 "경영진에 대한 편향성 뿐 아니라 집중투표제 찬성 이유(이사회의 다양성)와 이사회 구성에 대한 의견 간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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