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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 딜레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군…영풍도 선택 기로

  • 2025.01.13(월) 10:30

한화, 현대차, LG화학 모두 집중투표제 배제가 원칙
서린상사 분쟁에선 찬성했던 영풍도 '내로남불' 상황
집중투표 깃발든 유미개발…영풍정밀에도 요구할까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의 핵심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이 안건 통과 여부가 경영권 분쟁의 승패(이사선임 안건)의 방향을 가른다. 이 상황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해온 일부 상장회사(한화·현대차·LG화학)가 딜레마에 놓였다.

최 회장 등 현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손을 들어준다면, 자신들도 집중투표를 도입하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를 주저한다면 집중투표 도입이 불발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측 이사진의 대거 진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생긴다. 집중투표 싫어하는 우군…고려아연과 다른 지배구조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이 핵심적인 안건으로 떠올랐다.

의결권 경쟁에서 밀리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일반적인 이사 선임 방식(보통결의)으로 표대결하면 영풍·MBK측 이사후보가 대거 진입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아래 관련기사 참고)

▷관련기사: 고려아연, 임시주총 표대결 MBK 우세 속 남은 변수는(2024년 12월 20일)

그러나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로 대결하면 영풍·MBK측의 이사회 진입을 원천봉쇄하긴 어려워도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방어할 수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고)

▷관련기사: 한달 남은 고려아연 임시주총...최윤범 '노림수'와 MBK '경우의수'(2024년 12월 25일)

다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결의인 동시에 주주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3%룰' 적용 대상이다. 이때는 최 회장 측이 영풍·MBK보다 사용할 수 있는 의결권이 많아진다. 영풍·MBK 측은 개별지분율 3%를 초과하는 주주(영풍, MBK, 장형진)가 많은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은 단 한명의 주주도 3%를 넘지 않고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 회장 측이 단독으로 특별결의 요건(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할 수는 없다. 우호세력으로 평가되는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의 지원이 필수다. 문제는 이들 기업도 자체 정관에 집중투표를 채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수지분이지만 우호세력 중 하나로 꼽히는 조선내화도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다면 30대 상장기업 중 8개사가 외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처럼 재계 전반에서 집중투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총수 경영을 하고있는 국내 주요그룹 대부분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은 재계에서 보기드문 특수한 상황이다. 최윤범 회장은 최대주주가 아니지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영풍·MBK에 의해 회사 경영권을 잃을지 모를 상황이 되면서 경영자 입장에서 방어전략으로 집중투표제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받는 상장사는 '최대주주=경영자'가 사실상 동일한 상황, 즉 고려아연과 다른 지배구조여서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스스로는 집중투표를 배척하는 입장인데 고려아연 주총에서 도입에 찬성한다면 자신들의 주주들로부터 집중투표를 도입하라는 요구를 받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받았던 사례도 있던 만큼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배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작년 서린상사 주총에선 고려아연 vs 영풍 입장 정반대

아직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영풍과 영풍정밀도 주목할 포인트다. 딜레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중투표 도입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먼저 영풍은 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로 '거버넌스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집중투표제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대기업처럼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다.

영풍도 집중투표를 도입하지 않았으므로, 고려아연의 집중투표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다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상황에 따라 다른 잣대'를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풍과 손을 잡은 MBK는 지난 12일 고려아연에서 집중투표 도입을 추진 중인 최윤범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서린상사에선 집중투표를 배제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지난해 8월 9일 현 고려아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승호 부사장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소집한 서린상사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반대했으나 지분 66.67%를 보유하고 있는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이 이를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영풍은 지난해 서린상사 주총에서는 집중투표 제도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것인데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분쟁 상황에서 자신들의 포지션에 따라 집중투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것인데 이 역시 '내로남불'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고려아연에 주주제안 유미개발, 영풍정밀에게는?

한편 영풍정밀의 집중투표 도입도 주목할 점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1.96%)을 보유한 곳으로 최윤범 회장이 작년 영풍·MBK와 공개매수 전쟁을 통해서 경영권을 지켜낸 곳이다.

주목할 점은 최 회장의 가족회사이자 고려아연에 집중투표 도입 주주제안을 한 유미개발이 고려아연(1.63%) 뿐만 아니라 영풍정밀의 주주(5.41%)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은 그동안 소수주주 권리보장을 위해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해 왔다. 논리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유미개발이 고려아연에 했던 것처럼 영풍정밀에도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하고, 영풍정밀의 지배주주인 최 회장 일가는 이를 주총 이전 선제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MBK의 '내로남불' 지적에 대해 서린상사는 비상장사인데 고려아연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한 바 있다.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가 존재하지 않는 비상장사를 상장사인 고려아연과 비교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주장이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반박 논리대로 보면 영풍정밀은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장사다. 따라서 소수주주 권한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은 영풍정밀에도 적용하는게 일관성 있는 모습이다.

㈜영풍이나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처럼 임시주총을 열지는 않지만, 곧 3월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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