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 전종목 공매도가 5년만에 가능해진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공매도 재개이후 국내 증시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저평가 국면에 놓여있고 외국인 지분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만큼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상승 재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방산·조선 등 대차잔고가 쌓인 종목엔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온다.
31일부터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한 모든 종목의 공매도 거래가 허용된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은 2023년 11월 이후 17개월만에 공매도 거래가 가능해진다. 그 외 종목은 2020년 3월 이후 5년만에 공매도 금지에서 풀려난다.
금지 기간동안 금융당국은 불법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매도 제도를 다듬었다. 개인과 기관 간 공매도 환경을 동일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 우선 공매도를 목적으로 하는 대차거래의 상환기간을 90일로 줄었다. 대여자와 차입자간 협의로 이 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최대 12개월을 넘을 수 없다.
또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담보비율도 120%에서 105%로 낮아졌다. 상환기간은 대차와 동일하다. 당국은 재개 이후 변동성이 높아질 것을 대비해 2개월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단계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로 시장에서 가장 기대하는 건 수급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참여증가를 기대한다"며 "이번 재개는 시장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환경과 목적에서 재개되므로 과거 사례를 참고하되 현재 시장 상황과 투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공매도 거래 재개 이후 코스피는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2009년 6월 공매도 재개 당일 1.38% 뛰었으며 상당 기간 우상향을 이어가며 3개월 수익률 14%를 달성했다. 2011년 11월과 2021년 5월 재개 이후 3개월 수익률은 각각 10%, 2.84%를 기록했다. 다만, 2021년 5월 재개 이후 6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세 가지 사례에서 증시는 재개 직후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3개월 이후에는 펀더멘털·유동성 환경의 영향이 더 컸다. 대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를 웃돌면서 외국인 대규모 매도가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현재 낮은 코스피 밸류에이션과 가격 메리트를 감안할 때 공매도 재개시 수급 변화에 의한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외국인 순매수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레벨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주가 과열을 막아 시장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사례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 존재한다"며 "규제 당국의 감시가 더욱 강화된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고평가 종목은 변동성이 커질 우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연초 가파르게 급등한 종목은 공매도 표적이 되기 쉬우며, 하락 폭도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투자 시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순환매가 빨라지며 업종·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차잔고가 많이 쌓인 업종은 △방산△조선 △IT하드웨어 △기계 △건설 등이다. 대차잔고 비율이 높은 업종은 △2차전지 △화학 △헬스케어 등이 있다. 이 연구원은 이들 종목에 대해 "공매도 재개 시 과열 해소, 매물 소화 국면 진입 가능성 높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