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약 6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에 비견되는 '유령 코인' 논란이 확산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현장 점검과 함께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9일 가상자산 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7시경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695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를 '원(KRW)'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했다.
당초 1인당 2000원에서 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실제로 2000BTC에서 5000BTC가 입금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2400억원, 전체 규모는 62만개(약 62조원)에 달한다. 이는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약 4만6000개)의 13배가 넘는 수치로, 전산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코인'이 생성된 셈이다.
오지급 직후 일부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다른 거래소 대비 17%가량 낮은 811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빗썸 측은 사고 인지 35분 만에 거래 및 출금을 차단하고 오지급된 물량의 99% 이상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른바 '장부 거래(내부 전산 숫자만 수정하는 방식)'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보유량을 초과하는 코인이 아무런 제어 장치 없이 지급된 것은 거래소의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과 8일 연이어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빗썸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빗썸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보상 지급 프로세스 및 자산 보유 현황 확인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로 인한 저가 매도 피해자 등 이용자 손실 보상안이 적절히 이행되는지 밀착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보유 자산 이상의 코인을 유통할 수 없도록 '실시간 자산 확인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사고 발생 시 거래소의 책임을 강화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묻고 구조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