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료방송 발전방안으로 방송발전 가능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
"벽에 대고 계란 던졌는데...아무 소용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15일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료방송 발전방안으로 방송발전 가능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종합유선방송(SO·케이블TV) 사업자 중심으로 미래부가 연내 발표하는 '유료방송 발전방안'에 케이블TV의 전국 78개 권역 제한(지역 사업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지난 8월부터 두 차례 열린 공청회 등을 통해 주장했으나, 이날 열린 사실상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미래부가 변함없는 정책 방향성을 또 확인했기 때문이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아마존과 페이스북, 바이두 등 통신과 방송을 넘나드는 플랫폼들이 모두 미디어화 하고 있는 환경인데, 아직도 20년 전 규제 기반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케이블TV와 IPTV 등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경쟁과 인수합병(M&A) 등의 방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플랫폼, 콘텐츠 차별화로 글로벌 사업자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손 과장은 이어 "유료방송발전방안을 관통하는 두 가지 정신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낮추고, 규제를 최대한 완화해 사업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케이블TV를 경쟁의 사각지대로 내몰려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역제한 폐지에 찬성하는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은 "CJ가 10년간 영화 사업에 투자하면서 멀티플렉스라는 편리성을 만들어 콘텐츠와 플랫폼의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며 "미국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를 끌어와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도 CJ헬로비전과 M&A가 성공했다면 그런 역할을 해보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대하는 쪽은 권역 제한이 폐지될 경우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케이블TV는 경쟁에 나서기 어려운데다 기업가치의 핵심인 지역 사업권이 박탈돼 통신사의 IPTV에 헐값으로 팔릴 위기에 처할 것으로 우려했다. 무엇보다 사실상 유일한 지역 채널의 기능을 하는 케이블TV의 퇴출을 유도해 지역민의 시청권도 박탈된다는 지적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저렴한 요금을 이용하는 케이블TV 시청자를 볼모로 삼으면서 사업자에 경쟁의 피로감 줄여주는 방안이 왜 나오는지 유감"이라며 "거대기업 중심으로의 산업 재편은 경쟁의 소멸과 요금의 상승, 소비자 선택권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IPTV 사업자인 KT 이성춘 상무도 "어차피 퇴출될 사업자라면 굳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없어져 시청자 후생이 감소하고, OTT(인터넷 스트리밍) 사업자들도 사업 기반이 줄어드는 문제를 초래할 것이며, 지진 등 재난에 활용되는 대체망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의 지역성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호 팀장은 "케이블TV가 지역 채널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 힘들지만, 케이블은 지역 지상파를 뛰어넘어 지역 시청자의 시청권 확립에 일조해왔다"며 "케이블의 지역 채널 역할 재정립과 확립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책을 결정하는 배경과 과정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박상호 팀장은 "권역제한 폐지는 유료방송발전방안의 연구반과 정부만 논의한 것"이라며 "불이익을 당하는 사업자와 시청자의 의견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