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주행차·로봇·핀테크 등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등 구체적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0일 수원시 광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찾아 제2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주재하고 '신산업 규제혁파와 규제 샌드박스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모래 놀이터(sand box)와 같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한된 환경 안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9월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심의·확정한 '새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에 따라 신산업 규제혁파와 규제 샌드박스 추진방향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방안은 규제 샌드박스를 비롯한 네거티브(금지사항을 열거하고, 나머지는 허용) 방식의 규제 체계 전환과 향후 계획 등을 담았다.
이날 이 총리는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으로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준비한 이번 방안의 현상황과 세부 추진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특히 발굴된 과제는 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내달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세부 계획을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장 테스트가 필요한 융합 신기술·신산업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선제 도입하기 위해 '정보통신융합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제도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안전조치 부과 등 이용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적용 사업 발굴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융합 신제품 중 허가·인증 기준이 없어 시장 출시가 곤란한 경우 6개월 안에 인허가 기준을 마련해 주는 적합성 인증제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인증 소관부처가 모호할 경우 공신력 있는 해외 인증을 취득하면 적합성 인증 절차를 일부 면제해주는 산업융합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아울러 신산업 분야 기업의 애로를 전수조사해 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에 대해 시범 인가, 개별 규제면제 등 특례를 부여할 구상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과 관련해 혁신기술 전문가 등 민간이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제약 없이 신기술의 실증·사업화를 지원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지역특구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차종분류에 없다는 이유로 출시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차종분류체계를 유연하게 개편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유전자 가위 연구범위를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인공지능(AI)·정보기술(IT)·3D프린팅 등을 활용하는 의료기술 도입을 위해 신의료기술평가 체계도 마련한다.
정부는 이같은 방안들의 분야별 생태계 여건과 특례 적용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신산업 분야 규제 혁파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중앙부처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경제 단체 등 민간과 협력해 네거티브 전환대상 과제를 발굴해 올해 연말까지 1차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날 현장대화에서 건의된 내용 중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추진방향에 따라 전문가들과 신산업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고, 기술발전과 상용화의 단계마다 어떠한 규제는 없애고 어떠한 제도는 새로 도입할 것인가를 연구해 미래지향적으로 규제를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통해 정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애로를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소장,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 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이사,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이사, 윤승식 코너스 전략기획본부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이정민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 정택동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황유경 녹십자랩셀세포치료연구소장,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이사 등 민간 인사들과 과기정통부 2차관, 산업부 차관, 중기부 차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금융위 사무처장 등 21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