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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약정 가입 급증에도 요금 제자리인 이유

  • 2018.09.23(일) 10:00

선택약정할인 25% 1년…가입자 1700만 넘어
"통신료 내려가도 비싼 단말기 값이 문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추진에 따라 작년 9월15일부터 시행된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이 시행 1년을 맞이하면서 가입자가 1800만명에 달하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풍선효과와 같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수익성은 악화돼 5세대(G) 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으로 단말기 출고가가 상승하면서 선택약정할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 25% 요금할인제 가입자는 올해 1월 566만명에서 8월말 현재 1768만명까지 급증했고, 20% 할인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까지 합하면 전체 선택약정 가입자 규모는 2350만명에 달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자의 선택약정 할인 가입 비중은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과 향후 신형 아이폰이 나오면 선택약정 가입자 수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선택약정제도에 따른 연간 할인 총액은 2조7000억~2조80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선택약정 할인 금액은 고스란히 통신3사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통신3사의 지난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 가까이 감소했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역시 8%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이들의 투자여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 5G 상용화 앞두고 대규모 투자 필요한 통신3사, 매출 하락 어쩌나

5G 인프라 구축에는 수십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의 통신3사 시설투자(CAPEX) 규모는 30조~40조원에 이르며, 업계에서는 4G LTE 대비 약 1.5~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 상향과 취약계층 요금지원 확대 등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통3사의 요금개편 움직임에 따라 이들의 수익성은 지속 악화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월 리포트를 통해 SK텔레콤과 KT의 신용 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무디스의 션 황 애널리스트는 "한국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인하 조치로 SK텔레콤과 KT의 매출감소는 올해 약 4%, 내년 2%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보편요금제와 같은 추가적인 규제에 따라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SK텔레콤의 2019년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최대 52%, KT는 최대 41%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G 인프라 구축 선도를 위한 산업기반 마련이 필수"라며 "5G 선도를 위한 이통사의 대규모 투자를 지원해줄 수 있는 정책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로 인한 사업자 부담 가중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규제보다는 시장 경쟁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여력의 부족을 요금 인상으로 만회하려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통신 서비스 비용 하락 움직임…출고가는 상승

선택약정제도의 영향으로 통신 서비스 비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움직임이나 단말기 출고가 인상으로 제도의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소비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통신물가지수는 2015년 100.00을 기준으로 2016년 100.09, 2017년 100.38 등으로 상승하다가 올 1분기 99.87, 2분기 99.84 등으로 하락했다.

통신 물가지수는 크게 통신 서비스 요금과 통신장비 비용으로 구성되는데, 통신 서비스 물가만 보면 올 1분기 99.56, 2분기 98.92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통신장비 물가는 올 1분기 101.52, 2분기 104.86 등으로 상승했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는 단말기 출고가가 선택약정할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가계지출 현황을 보면, 가구당 통신장비 구입비용은 전년보다 10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통신 서비스 비용(1.8%)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조사대상에서 2016년 대비 고소득층 가구 비중이 대폭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통신 서비스 비용은 사실상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 200만원 시대 눈앞에…출고가 인하 대책은?

최근 애플이 공개한 신형 아이폰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는 200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가장 고가 모델인 아이폰Xs 맥스의 512GB 모델이 달러 기준 1449달러(약 164만원)에 책정됐으며, 한국에 들어올 경우 약 200만원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 최고사양 모델 대비 약 25% 상승한 것이다. 아이폰X 역시 지난해 출시 당시 전작 대비 38% 상승한 바 있다.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국내 출시된 갤럭시노트9 512GB 모델은 135만원대 출고가를 기록하며 국내 제조사 역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노트9은 전작인 노트8 대비 약 10% 상승했다.

이밖에 최근 1년간 출시된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를 살펴보면 ▲갤럭시 노트8 256GB 125만4000원 ▲갤럭시노트8 64GB 109만4500원 ▲갤럭시S9플러스 105만6000원 ▲LG전자 V35씽큐 104만8300원 등 대부분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업계는 지난해 출시된 주요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가 2016년 대비 평균 1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도 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택약정할인과 같은 가계통신비 인하 노력이 단말 출고가 상승에 잠식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통신비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 통신비 인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단말 출고가 상승을 억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0월에 진행될 국정감사를 통해 출고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이뤄질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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