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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2500km 달려 VR 만든 현대미디어

  • 2018.09.27(목) 16:19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인터뷰
"VR콘텐츠, 게임과 접목해 대중화"

▲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드라마 채널 CHING(칭)과 여성·오락 채널 TRENDY(트렌디), 아웃도어 채널 ONT 등 다수의 채널을 서비스하는 방송채널사업자(PP) '현대미디어'가 4년째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있다.

 

가상현실(VR) 콘텐츠다. 현대미디어는 패러글라이딩, 모토크로스, MTB, 웨이크보드 등 일반인이 즐기기 어려운 익스트림 스포츠를 실사 기반의 VR 콘텐츠로 만든 '익스트림 국가대표'의 상용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현대HCN 자회사이기도 한 현대미디어는 2015년 VR 콘텐츠 기획을 시작으로 2016년에 360도 영상을 제작하며 VR 콘텐츠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더욱 생생한 VR용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2500킬로미터(km)를 다녔다. 전남 여수와 강원 홍천, 경북 고령 등을 국내 대표적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오가며 생생한 영상을 촬영했다.

 

현재는 실제 익스트림 스포츠를 VR로 즐길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각종 전시회에 선보이며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고, 특허 출원도 앞두고 있다. 연내 VR 공포 스릴러 시네마 '굴레'를 선보일 예정이며 게임 등으로도 서비스 형태를 확장할 계획이다.

 

2009년부터 현대미디어 대표이사를 맡으며 회사의 VR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일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현대미디어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TV 방송이지만, 젊은 고객이 주목하는 VR과 같은 뉴미디어 사업은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올해 VR 기반의 어트랙션 사업을 본격 시작해 게임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미디어가 VR 사업에 주목한 배경과 그간 서비스 개발 과정,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VR 콘텐츠 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압니다. VR 콘텐츠에 주목한 이유가 있는지요
▲3년여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저희에게 아웃도어 채널 ONT가 있는데, TV에서 더 발전된 영상을 모바일로도 해보자고 해서 360도 영상을 제작해봤어요.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실감이 나는 콘텐츠가 아니었어요. 카메라로 찍은 걸 앉아서 보는 정도니까요. 정말 실감이 나는 콘텐츠가 되려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청자의 몸이 움직이도록 하는 체험형 어트랙션으로 만들자고 해서 VR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장 조사를 해봤던가요

▲VR 시장 전망은 희망적입니다. IT 기술 발달과 더불어 VR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손꼽히고 있잖아요. 그에 따라 참여 기업의 수도 늘고 있는 추세죠. 이용자들 역시 거부감 없이 VR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상암 '코리아VR페스티벌'에 이어 '광주 에이스페어 2018'에 VR 제작사로 저희 시뮬레이터를 전시해보니 점점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방문해서 VR을 즐긴다는 점을 알게됐어요. 그동안 900명 정도가 저희 기기를 탔는데요. 전반적으로 VR에 대한 참여와 친근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당시 기업 고객도 40여 명 정도 찾아와 기대감이 큽니다.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특허 출원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시장에 있는 제품에 저희 콘텐츠를 넣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없었습니다. 저희의 요구 사항에 맞출 수 있는 제조 업체를 찾아서 시뮬레이터를 개발했고 상용화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시뮬레이터는 실제 스포츠를 하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영상을 기반으로 특수 맞춤 제작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변형 6축 시뮬레이터를 개발했습니다. 위아래와 좌우는 물론 시뮬레이터 자체가 움직이는 형태이고, 시뮬레이터 하나로 여러 종목을 바꿔 쓸 수도 있죠. 조만간 국내 특허 출원할 예정입니다.

 

▲ 현대미디어가 개발중인 '익스트림 국가대표' 시리즈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익스트림 스포츠 종목별로 360도 카메라를 전부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점이 큰 숙제였어요. 예를 들어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의 머리에 카메라 설치가 어려운 종목도 있는데요. 그럴 땐 특정 신체 부분이나 기물에 연결, 설치해 촬영했죠. 물 위에서 타는 웨이크보드의 경우 공기 저항이 심한 까닭에 가벼운 카메라로 바꿔야 했고요. VR 영상을 보는 헤드마운트가 고화질 영상을 지원하지 않아 화질을 다운그레이드하는 작업도 했죠. 이를 극복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360도 전후 좌우를 깨끗하게 다 보여주기 위해 6대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한 화면으로 합치는 스티치 작업에 공을 들였습니다. 스티치는 여러 카메라의 영상을 360도 비디오로 만들어주는 기법입니다. 완벽한 360도 구현을 위해 바느질하듯 영상 스티치 작업을 했고, 하나의 VR 콘텐츠 스티치에만 두 달이 넘게 걸렸어요. 여기에 VR 전용 360도 사운드와 4D효과의 바람 기능을 추가해 체험의 생동감을 높이려고 노력했어요.

 

또 하나는 저희 PD들이 대부분 문과 출신이라 사실 물리적인 기구는 잘 모릅니다. VR 기기를 탈 때 동작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도 그걸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건 다른 문제죠. 저희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대화가 잘 안 통하는 부분은 제가 전달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저도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군대에서 정비병을 했던 경험이 있어 PD와 엔지니어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도 발생했어요. 시제품을 만들었더니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밑바닥이 넓었던 거죠. 다시 만들었습니다.

 

▲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가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영상은 어디에서 어떻게 촬영한 거죠

▲익스트림 스포츠마다 경기장 또는 체험장이 전국 곳곳에 있는데요. 때문에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라남도 여수와 강진, 강원도 홍천 등으로 이동한 거리만 2500km 정도였어요. 게다가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잖아요. 담당 PD가 경북 고령의 모토크로스 경기장에서 38도 날씨에 6시간 동안 야외 촬영을 하다가 화상을 입기도 했어요.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날씨 때문에 촬영 스케줄이 번번이 지연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촬영하러 지방에 갔다가 태풍이 올라온다고 해서 돌아온 적도 있고, 작년 추석 때는 PD가 송편 빚으러 갔다가 날씨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촬영하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촬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D가 드론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했죠.

 

-PD들이 힘들어하지 않나요

▲직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면 창의력을 더 많이 내놓는 것 같습니다. 현재 PD 두명이 VR 콘텐츠를 전담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VR 쪽은 전적으로 맡겼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자발적으로 잘하는 것 같아요.


-콘텐츠의 실감을 더하기 위해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VR 콘텐츠와 실제 콘텐츠의 이용 자세가 동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오토바이 타는 자세와 VR 콘텐츠의 자세가 같아야 실감이 난다고 봤습니다. 현재 만들어 놓은 서비스가 웨이크보드와 모토크로스인데요. 이같은 탑승형과 입식형을 비롯해 사람이 매달리는 현수형 같은 형태도 실제와 비슷한 자세로 즐기도록 콘텐츠를 만들 겁니다. 아울러 체험공간의 효율성도 중요한데요. 1명만 체험하는 것보단 여러명이 한꺼번에 체험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고 더 재밌잖아요. 그래서 다인승 기기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더 나아가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보는 형태에서 직접 조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게임과 연동해야 합니다. 경쟁 요소가 가미된 게임이 들어가면 더 자주 타게 될 것입니다. 이르면 내년부터는 게임이 접목된 서비스도 나올 예정입니다.


-사실 PP 사업자가 VR 콘텐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현대미디어는 어떤 경쟁력이 있나요

▲실사로 촬영한 실감 콘텐츠 기반의 VR 서비스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저희가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VR 콘텐츠에 적합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능력이죠. 익스트림 스포츠 분야의 경우 아웃도어 채널을 통해 관련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연출 능력도 한몫하죠. 가령 모토크로스는 시작할 때 스타트를 늦게 해서 꼴등으로 가다가 추월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촬영했습니다. 또 아웃도어 채널 서비스 덕에 쌓인 인적 네트워크도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저희가 만드는 '익스트림 국가대표'에는 말 그대로 익스트림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이 참여해 이들의 신체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촬영하는데요, 이런 선수 섭외도 인적 네트워크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 현대미디어가 개발한 모토크로스 시뮬레이터

 

-익스트림 국가대표에 세계적인 선수를 섭외할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고민 안 한 게 아닌데요. 섭외 가능성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모토크로스 세계 1위 선수를 섭외해 촬영해도 국내 이용자들이 그분을 아는 경우가 드물 겁니다. 이러면 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죠. 그렇다면 국내 선수들로 작업하되, 더욱 실감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VR 콘텐츠 사업 외에도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하는 뉴미디어 전략을 꾸준히 실행해왔는데, 기존 주력 사업이 아닌 뉴미디어에도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뉴미디어 사업은 당연히 해야죠. 요즘 사람들이 TV를 적게 보고 모바일 등 새로운 것에 주목하잖아요. 물론 TV가 저희의 주력 사업이지만, 영상을 만든다는 본질은 TV나 뉴미디어나 똑같고요. 뉴미디어가 주력 사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영국에서 온 감탄식객'(영국 BBC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의 출연자 존 토로드가 한국의 여행지와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란 방송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조회수가 300만이 넘었어요. 유튜브에서 인기가 있으니 방송이 끝난 뒤에 다시 편성하고, 다른 채널에 프로그램을 판매도 했던 사례입니다.

-향후 VR 신사업 계획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장은 올해 말까지 VR 기반 호러 영화를 제작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전반적인 VR 콘텐츠는 아직 상용화도 하지 않은 시작 단계의 영역입니다. 일단은 현재 상용화 작업중인 VR 콘텐츠와 어트랙션을 잘 만들어서 기업 고객 상대로 차근차근 사업을 확장할 겁니다. 게임과 연동되면 더욱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출은 먼 미래의 얘기지만 계획은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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