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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SK텔레콤이 통장 발급하는 까닭

  • 2020.06.10(수) 13:51

가입자 락인 효과에 신사업 손쉽게 진출

SK텔레콤과 네이버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금융시장 공략이 본격화 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수시입출금 CMA 통장 '네이버통장'을 내놨고, SK텔레콤은 자유입출금 통장 'T이득통장'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상품과 자사 서비스를 연계해 가입자를 자사 플랫폼에 가두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한편, 금융사들과 손잡고 신사업에 손쉽게 진출해 새로운 기회도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 네이버·SK텔레콤 '통장 경쟁'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지난 8일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과 합작한 자회사 핀크(Finnq)를 통해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오는 15일 T이득통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통장은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금액이 10만원 이상이면 100만원까지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하면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T이득통장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자유입출금 통장인데도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기본금리 1%+우대금리 1%)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가능하다. 네이버통장은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닌 까닭에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두 통장 모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고, 입출금 관리 등 금융 서비스도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입자 입장에선 접근성이 좋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수익률·금리·포인트 혜택 등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 '락인 효과'…"플랫폼에 가둬라"

국내 주요 ICT 기업에 해당하는 네이버·SK텔레콤이 이런 금융 서비스에 나선 까닭은 자사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락인 효과를 노림과 동시에 금융이란 검증된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락인효과를 노리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라면 당연한 목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T이득통장의 연 금리 2% 적용 조건은 SK텔레콤 이동통신 회선 유지, KDB산업은행 마케팅 정보 활용 동의다. 2% 금리를 얻으려면 적어도 1년은 SK텔레콤 가입자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SK텔레콤 이동전화 회선을 해지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면 금리는 예치금액과 관계없이 0.1%로 조정된다.

네이버통장 역시 네이버페이와 네이버쇼핑 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과 포인트 적립이 연동되는 방식이므로, 네이버는 통장 서비스를 통해 여러 사업 영역에서 충성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 신시장 개척…'ICT+금융, 빅트렌드'

IC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 사례는 카카오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을 정식으로 출범하는 경우도 있으나 인허가 과정이 복잡했다. KT의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도 겪었다.

그런데 네이버처럼 금융사와 협력하는 형태로 금융상품을 내놓으면 인허가 문제를 피하면서 금융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새로운 가입자도 유치할 수 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기존 금융권에서 외면받은 금융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초기에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함께 금융상품을 내놓고 사용자를 끌어모은 뒤 새롭게 얻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쏟아낸다는 구상도 담겼다.

실제로 네이버는 이번 통장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에는 투자상품, 보험, 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 역시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있기에 통장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모델도 없다.

ICT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은 이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어 앞으로도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계좌개설 고객이 1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금융 플랫폼을 성공시켰고,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자도 125만명에 달한다. 미래에셋은 ICT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알아보고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는 기존에 없던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ICT 기업은 금융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으며 기존 금융사는 가입자 확보·유지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등 상생하는 구조이므로 ICT의 금융시장 진출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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