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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세대교체]리더와 대표 사이 '책임리더'란?

  • 2021.11.23(화) 16:14

새 CEO·CFO, 책임리더서 선출
미등기임원으로 매년 계약 갱신

벤처로 시작해 국내 인터넷 대표 기업으로 급성장한 네이버는 정보기술(IT) 기업인 만큼 독특한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책임리더'라는 직급이다. 책임리더는 미등기 임원으로 리더와 대표급(C레벨) 사이 중간 관리자다.

40세 초반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각각 내정된 최수연, 김남선 씨도 모두 책임리더다. 특히 최 내정자는 박상진 CFO나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김승언 아폴로CIC 대표 등 쟁쟁한 C레벨 경영인을 제치고 새로운 지도자로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네이버 미래를 책임지는 후보자 풀인 책임리더에 더 없이 관심이 쏠린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왼쪽)와 김남선 네이버 CFO 내정자/사진=네이버 제공

기업 규모 커지며 중간관리자 필요성 대두

23일 네이버에 따르면 책임리더 직급은 2019년 임원제도가 부활하면서 신설됐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수평적인 업무문화 조성을 위해 상법상의 필수 임원(등기이사·사외이사) 7명을 제외한 임원직급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중간 관리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책임리더 제도를 도입하고 각 분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C레벨 임원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켰다. 책임리더는 미등기 임원으로 매년 계약을 갱신한다. 보유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가 있다.

네이버가 이러한 독특한 제도를 마련한 데에는 쉼 없는 세포분할로 조직이 무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Company-In-Company(이하 CIC)'라는 독특한 제도를 사내에 도입했다. CIC는 말 그대로 '회사 내 회사' 개념이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셀(Cell)' 단위로 조직을 개편했는데 CIC는 셀 보다 독자적인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 사내 독립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CIC는 마치 별동부대처럼 움직이면서 여차하면 분사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조직이다. 웹툰 사업을 비롯해 CIC를 거쳐 성장한 곳이 늘어나면서 이 조직의 대표를 보좌할 중간 관리자급이 필요해졌다. 현재 네이버 산하 CIC는 검색, 인공지능(AI), 커머스 등 총 8곳이다.

임직원 수도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을 정도로 많다. 9월 말 기준 네이버의 전체 임직원 수는 무려 4500명에 달한다. 책임리더는 조직의 최상위에 위치한 경영인인 C레벨과 그 밑의 일반 직원들을 결속시키는 구심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만큼이나 급격한 조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카카오도 조직 관리 차원에서 지난달 처음으로 임원직급을 도입했다. 원래 카카오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하며 임원과 직원을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 확장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지닌 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일부 'C레벨'로 불리는 최고책임자급과 CIC 대표, 책임리더 등이 포함된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미등기 임원에는 최고책임자급만 포함됐다. 지난달에 총 10명의 미등기 임원을 처음으로 선임했다. 이달 1일에는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추가해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책임리더 수, 2년 만에 68→106명으로 증가

네이버가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책임리더 수는 106명이다. 신설 당시 6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56% 늘어난 셈이다.

담당 업무를 살펴보면 기술 부문의 리더가 2명으로 가장 많다. 사업&서비스(29명), 디자인&설계(6명) 순이다. 이밖에 재무, 인사관리(HR) 등 총 16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임리더를 맡고 있다.

책임리더의 평균 연령은 46세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40대 후반(45~49세)의 비중이 전체의 56%로 가장 많고 30대와 50대의 비중은 각각 5%와 12%였다.

이들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일반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많다. 이해진 창업자와 같은 카이스트 출신도 적지 않게 포진되어 있다. 다만 해외 유학파를 비롯해 다양한 대학 졸업자들이 많아 특정 학교에 편중됐다고 보기 어렵다. 

네이버가 책임리더 직급을 계속 유지할지 불확실하다. 조직이 커지며 사내 분위기가 경직되고 관료화됐다는 지적에 따라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를 짤 것으로 알려져서다.

네이버는 차기 CEO와 CFO 내정자를 중심으로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어 CXO(CEO, CFO, CCO, COO) 체제가 유지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라며 "조직구조 개편은 새로운 두 내정자를 중심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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