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차기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정된 '젊은피' 김남선(43) 책임리더. 그는 금융 전문가로서 화려한 커리어 만큼이나 동부그룹의 오너가(家) 일원이라는 것이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동부그룹 오너 2세인 김남호 회장과 사촌지간일 뿐더러 그의 부친은 제 16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택기 씨라는 점에서 정계와 재계 거물을 등에 업은 '금수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가 아버지와 함께 동부그룹 옛 지주회사의 주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디비아이엔씨)의 주주로서 동생과 함께 있으면서 오너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부그룹 전산실' CNI 상장 직전부터 주주로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동부그룹의 옛 시스템통합(SI) 기업 동부씨엔아이(CNI)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2001년)하기 전부터 이 회사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로 참여해 온 것이다.
동부씨엔아이는 보통의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그룹의 전산실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이러한 업체는 태생적으로 그룹 계열사의 정보기술(IT) 부문을 통합해 만들어졌으며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에 힘입어 어려움 없이 성장한다.
동부씨엔아이도 마찬가지다. 동부산업의 정보통신본부를 전신으로 시작했다. 1995년 동부그룹에 계열편입한 한농그린피아와 사업을 합치면서 덩치를 차츰 불려 나갔다. 김 내정자는 동부씨엔아이가 본격적인 성장에 힘입어 상장 추진에 나선 2000년에 비로소 주주 명부에 이름 석자를 드러냈다.
당시 동부씨엔아이는 지금의 김남호 DB그룹 회장과 그의 부친이자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을 비롯해 친인척 16인이 주주(총 지분율 91.7%)로 참여한 가족 회사였다. 김 회장의 숙부인 김택기 씨와 사촌인 김 내정자도 나란히 회사 주식 1만주(지분율 4.1%)를 각각 보유했다.
상장 직전 김 씨 부자를 비롯한 대부분 친인척들이 보유 주식 일부를 김준기 전 회장에 매각하면서 지분 변동이 일어난다. 이에 힘입어 김 전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7%에서 39%로 껑충 늘어나면서 지배력이 커졌다. 반면 김 내정자와 부친 김 씨의 지분율은 4%에서 1%대로 각각 줄었으며 이후 몇차례 걸친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1% 미만으로 더욱 감소했다.
동부그룹은 2010년 옛 동부정밀화학을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동부씨엔아이를 흡수합병했다. 이렇게 출범한 곳이 지금의 DB inc(디비아이엔씨). 계열 재편과 함께 김 씨 부자도 자연스럽게 DB inc의 주식을 손에 쥐게 됐다.
각각 1%에 못 미치는 규모(0.07%)이며 시세로 얼마 되지 않은 가치이긴 하나 지난 20여년간 이렇다 할 변동없이 꾸준히 회사 주식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친 김택기 씨, DB 보유 주식 딸에게 증여
흥미롭게도 김 내정자의 부친 김 씨는 얼마전 보유 주식 전량을 자신의 딸이자 김 내정자의 여동생인 두연 씨에게 모두 넘겼다.
김 씨는 2019년 두연 씨에게 DB inc 보유 주식 15만주와 또 다른 계열사 DB금융투자 주식 5만주를 모두 증여했다. 현재 DB inc 주주 명부에는 김 내정자와 두연 씨 남매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내정자는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로펌 크라벳 스웨인&무어(Cravath, Swaine & Moore LLP)에서 재직하며 변호사로 활동했고 2010년 라자드(Lazard)로 옮기면서 IB(투자은행)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 회사의 '과업'인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특히 김 내정자가 지난해 합류하면서 네이버는 글로벌 M&A 전담조직인 'Growth&Truenorth'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 팀은 네이버 역사상 가장 큰 딜인 왓패드 인수를 비롯해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의 빅딜을 주도했다.
김 내정자가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네이버 핵심 경영인으로 올라선 데에는 동부그룹 오너가 일원으로서 재계의 후광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