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거침없이 국내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IPTV 3사는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외국업체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등 국내업체에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와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IPTV 사업자들의 방송사업 매출은 2022년 4조8945억원으로 전년대비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은 7733억원으로 전년대비 22.4%나 급증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도 성장을 거듭해 8233억원의 매출을 냈다.
방통위는 넷플릭스 등 OTT의 경쟁 압력이 증가하면서 IPTV 같은 유료방송의 가입자·매출 성장률이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VOD(주문형비디오) 매출 감소뿐 아니라 가격인상 제한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유료방송의 수익성 지표인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성장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IPTV 3사의 VOD의 매출 합계는 지난 2022년 5216억원으로 전년 5299억원 대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블TV(SO)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들의 VOD 매출은 828억원으로 전년 933억원 대비 1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외국 OTT의 성장은 방송광고시장과 TV홈쇼핑 시장 침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엔 넷플릭스뿐 아니라 유튜브라는 거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도 한몫한다.
한국인의 유튜브 월 평균 이용시간은 40시간인데, 이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평균이 23시간이란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뿐 아니라 유튜브도 한국의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사업자들이 구축한 인프라의 과실을 해외 사업자 위주로 만끽하는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방송광고와 TV홈쇼핑 매출은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수익 기반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투자 재원이 줄어들면 콘텐츠 투자 여력이 그만큼 감소하고, 글로벌 OTT 대비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지상파 방송사, CJ ENM 등이 경영 위기로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요 독점이 심화하면서 국내 시장이 넷플릭스의 콘텐츠 생산 하청기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영화 제작·배급·상영뿐 아니라 드라마 제작편수도 감소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는 인물 위주로 양극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적어도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국내 사업자들이 받고 있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는 요금과 약관, 채널편성, 광고, 내용심의 관련 규제를 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내는데,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며 "국내 사업자가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사전 협의하느라 시간이 소요돼 적기에 출시를 못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 청문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화제로 떠오른 바 있어 관련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4일 "해외 OTT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등 국내 OTT는 비대칭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특히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