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사 오스코텍이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을 놓고 소액주주와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제노스코의 상장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절차에 돌입하는 등 강공 모드에 나서면서도 한편으론 제노스코와의 합병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합병안을 내놓은 것은 자칫 법정 다툼이 길어지면서 오스코텍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스코텍이 소액주주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관심이 모인다.
법적다툼으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회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지분 14%를 확보한 상태다. 이들은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 추진에 따른 주가하락 책임을 묻는 내용의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사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오스코텍의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허용을 법원에 신청하기도 했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추천 감사인 선임 등의 안건을 다투기 위한 사전조치다.
오스코텍과 소액주주 사이의 갈등은 지난해 10월 오스코텍이 한국거래소에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오스코텍은 지난 2015년 유한양행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이전하면서 판매 로열티(수수료)의 40%를 제노스코와 절반씩 나눠갖기로 했다. 만약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그동안 오스코텍의 기업가치로 반영되던 렉라자 로열티 가치가 반토막날 수 있다. 소액주주 측에서 이번 사태를 쪼개기 상장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 이달 20일 종가 기준 오스코텍 주가는 제노스코가 상장예심 청구서를 제출한 지난해 10월 22일 이후 30.3% 하락했다. 증권사들도 경과를 지켜보며 오스코텍의 기업가치를 재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은 렉라자 판매 수익을 동등하게 분배받고 있어 유사한 사업모델의 중복상장 논란이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제노스코 상장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당사는 이를 오스코텍의 목표주가에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병안 수용할까
오스코텍이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노스코를 상장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약개발 자금마련에 있다. 지난해 8월 렉라자 미국 허가를 통해 검증한 기술력으로 차기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기업공개(IPO)를 통한 추가적인 자금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렉라자가 빛을 보기까지 제노스코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과 임직원을 위한 보상 차원에서 상장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는 지난해 11월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8년간 제노스코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회사"라며 "투자자에 대한 수익 보전이 필요하고 제노스코의 연구개발과 주요 인력을 지키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의 사정을 고려해 양사 간의 합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합병비율에 따라 기관투자자나 임직원이 오스코텍 주식을 교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노스코의 파이프라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합병법인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조달할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합병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상장 시기를 지연시켜 제노스코 기관투자자들이 오스코텍 측에 합병을 통한 엑시트 방안을 요구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합병안에 부정적 오스코텍, 협상 여지는 있어
오스코텍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김정근 대표는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비용 등의 문제로 합병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내부적인 검토를 거친 회사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열려있다는 의미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아직 소액주주연대 쪽에서 회사에 합병 등에 관한 공식적인 요청을 보내지 않았다"면서 "만약 오게 된다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만약 오스코텍이 합병에 동의한다고 해도 합병비율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 대표는 합병을 하려면 제노스코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소액주주 측은 상장을 하면 주가가 합병비율 산정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상장 후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셀트리온은 상장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시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된 바 있다. 당시 셀트리온과 합병 기대감에 셀트리온제약 주가가 고평가되며 셀트리온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되면서다.
최영갑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오스코텍과 제노스코가 뭉치면 연구개발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합병에 따른 실익이 클 것으로 본다"며 "합병비율은 향후 양쪽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