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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을 보낸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가 개막하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신작 공세에도 구독자가 계속 이탈하는데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제휴도 곧 종료되기 때문이다.
야구 폐막하니 '원경'도 '숏폼'도 안 통하네
13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달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734만명에 머물렀다.
티빙은 KBO 한국시리즈가 열린 지난해 10월 역대 최대치 MAU인 809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폐막 후 지난해 11월엔 730만명, 지난해 12월 725만명대로 급격히 주저앉았다. '애플tv+'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브랜드관을 신설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원경', 숏폼 콘텐츠 등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6월 1096만명대로 내려앉은 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넷플릭스 MAU는 1371만명으로 지난 2023년 2월 후 최고 수준이다. '오징어게임2'와 '중증외상센터'의 흥행, 네이버와 제휴하면서 맺은 '광고 스탠다드 이용권' 혜택이 MAU를 늘리는 데 꾸준한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티빙은 오는 3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티빙은 지난 2021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를 시작하면서 가입자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이 종료되면 추가적 이탈이 있을 수 있다.
네이버멤버십도 곧 종료
티빙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227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 영업손실 71억원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커졌지만, 전년동기(-228억원)와 비교하면 손실을 큰 폭으로 줄였다. 티빙이 적자를 벗어나려면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티빙은 최근 수년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KT를 비롯한 각종 통신사 부가서비스로 가입자 수를 늘렸으나, ARPPU(유료 가입자당 평균매출)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부가서비스는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티빙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가서비스로 유입된 가입자를, 광고형 요금제(AVOD)를 비롯한 이용권을 구매하도록 해야 ARPPU(유료 가입자당 월평균매출)를 높일 수 있다.
티빙은 저렴하게 티빙을 즐길 수 있는 광고형 스탠다드를 연간 이용권으로 출시하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자사 서비스를 즐겼던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용권을 최대 3개월간 50% 할인해주는 '굿바이 이벤트'를 여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제휴 가입자 중 과반 이상이 티빙 직접 가입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티빙은 KBO 비시즌에 이탈한 구독자들의 귀환도 기다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들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종료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있어도 따로 광고요금제(AVOD)에 가입하거나 추가 요금을 내고 요금제를 업그레이드해야 했기 때문이다.
티빙 "웨이브 합병, 규모의 경제 유효"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도 관전 포인트다. 웨이브는 기존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콘텐츠를 단독 제공해왔던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가 탄탄한 티빙과 합병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늦어지는 가운데, 웨이브와 지상파 간 콘텐츠 독점 계약도 지난해 9월 만료되면서 변수가 커졌다. 웨이브가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지 않으면, 티빙과 시너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중 SBS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해외 OTT에 '런닝맨', '그것이 알고싶다', '골 때리는 그녀들'을 비롯한 주요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 12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효과에 대해 "웨이브와 티빙을 쓰고있는 유저의 오버랩이 30%대로 적은 편이어서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027년까지 가입자 1500만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