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가처분 소송 심문에서 위메이드와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회원사들이 팽팽히 맞섰다. 양 측은 상장폐지 사유의 정당성을 넘어 거래소의 재량권을 두고도 치열한 논박을 이어갔다.
"적시에 공시? 기존 가이드라인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23일 위메이드, 위믹스 재단이 DAXA 회원사 중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를 상대로 제기한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위메이드와 위믹스 재단은 닥사 측이 제시한 상장폐지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위믹스를 거래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전부였으며,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중요사항 불성실 공시 △코인의 신뢰성 상실 △해킹 발생원인 소명 부재 등이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닥사는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거래지원 모범사례 가이드라인 개정안에서 성실하게 공시해야 하는 중요사항에 보안사고 발생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그리고 중요사항을 공시하지 않아야 상장폐지 요건이 된다던 기존 가이드라인과 달리, '적시에' 공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새로 부가했다.
위메이드 측은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미공시하는 행위가 상장폐지 사유였지, 적시에 공시하지 않는 게 상장폐지 사유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킹으로부터 사흘 후 공시한 건 어디까지나 추가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해킹 발생 당일 이미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등 은폐 의도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2월 28일 발생한 플레이브릿지 해킹에 대해서는 복수의 보안 전문업체에 의뢰해 진상규명을 마쳤다고 밝혔다. 위메이드 측은 "(닥사 측은)해 킹 시나리오가 3개이므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시나리오 3'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분명하게 해킹원인을 밝혔다"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없도록 추가 대응조치를 마쳤으며 안랩 연구소로부터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해킹사고와도 결이 다르다고 피력했다. 과거 해킹사고로 상장폐지된 가상자산 썸씽(SSX)의 경우 리저브(미유통) 물량이 해킹당해 유통량이 23%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위믹스는 당초 유통량에 포함된 물량이 해킹되었으므로 유통량 측면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위믹스 재단 측과 닥사 소속 거래소 간 거래지원 계약은 쌍무적 계약이며, 이를 해지하려면 명확한 해지사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닥사 소속 거래소에 상장하는 대가로 마케팅 재원 등 198억원의 대가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닥사 측 "해킹당한 코인을 매수하겠냐"
닥사 측은 보안사고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닥사 측은 "공시 위반으로 인해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요건은 가상자산 관련 중요사항으로 한정하고 있다"면서 "예시에 없어도 합리적인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모두 중요사항에 해당한다. 해킹당한 코인을 매수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또한 기존의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공시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었던 건 사실이나, 공시가 이행된 시점이 공시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라(GALA)의 사례를 들어 해킹당한 물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외공지가 이뤄졌어야 했다고도 강조했다.
닥사 측은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하는데, 콜드월렛(오프라인 형태의 지갑)으로 옮기고 공시했으면 되는 게 아니냐"면서 "시장 공포감을 높여 부차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표현했는데, 결국은 가격이 떨어질까봐 두려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믹스의 보안조치와 관련해서도 미흡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각 거래소의 보안팀에서 공통적으로 취약점이 남아있다고 판단했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등 해킹사고의 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닥사 측은 위메이드와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약정하는 것)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2022년 유통량 허위공시 논란으로 위믹스가 상장폐지되었을 당시 빗썸이 제출한 '위믹스 거래소 대응 정책 확인서'를 증거로 댔다.
해당 확인서에서 위믹스 재단은 "빗썸의 판단을 신뢰하고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빗썸이 고유한 권리임을 존중한다. 향후 법적대응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기재했다. 단 위믹스 재단 측은 즉각 "이는 유통량 문제에 국한된 것이고, 해킹사고까지 포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래소 재량권 두고도 설왕설래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두고 거래소와 법적 소송을 벌였으나 이기지 못했다. 법원은 썸씽, 갤럭시아(GXA) 등 다수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상장폐지와 관련해 거래소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왔다.
위메이드 측은 이를 두고 상장폐지 결정을 가상자산거래소의 재량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사적 자율이 아닌 공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치권에서도 관련해서 입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의할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이 법에는 가상자산의 상장을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 법정협회인 상장심사위원회가 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메이드 측은 입법적인 영역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의 인위적 재량으로 맡겨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닥사 측은 이러한 주장이 과장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닥사 측은 "민주당 정무위 소속 14개 의원실 중 13개 의원실과 핀테크산업협회가 우리와 함께 입법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거래소의 상장권한을 유지하되 금융감독원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심문을 종결하고,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거래지원 종료일을 고려해 오는 30일까지는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