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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지 않는 시원한 물줄기

  • 2014.08.05(화) 08:41

피서지의 물놀이가 그리운 휴가철이다. 여름 최대 휴가철이 시작된 한반도의 8월 초. 그러나 태풍의 북상으로 바닷가 및 계곡 등은 긴장 상태다. 오랜만에 가족, 친구 등과 물놀이를 계획한 이들이 “꼭 휴가기간에 와야겠니”라며 반갑지 않은 태풍에 한숨 짓고 있다. 재미난 물총을 쏘며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듯 물줄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여름철의 무더위를 날려버리면 좋으련만. 도심에서는 어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지난 주말, 서울 도심 한복판 신촌에 한바탕 물총 싸움이 벌어졌다. ‘제2회 신촌물총축제’(http://www.youtube.com/watch?v=PM2-ClvQpXA) 에 참가한 약 2만여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은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맞기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렸다. 보는 이마저 즐겁고 신난다.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와 해방의 시원함으로 모두가 젊어지는 듯 싱그러운 동심으로 돌아간다.

 

▲ 지난달 26~27일에 열린 ‘제2회 신촌물총축제’

 

이런 물총축제의 시원한 자유와 해방감이 마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을 보는 듯하다.

 

http://www.youtube.com/watch?v=CrVE-WQBcYQ

 

물총놀이를 하듯 물감을 흘리고 붓고 던지며 아무렇게나 마음 가는 대로 잡풀더미를 만들어 내는 잭슨폴록의 작품 말이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신화를 만들어 내며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린 폴록의 이 아무렇게나 만들어낸 듯한 작품은 우연 같은 추상적 질서의 극치로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폴록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 냉전으로 분열된 유럽에 민주주의라는 대의의 본보기를 제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자유와 해방된 감성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미술관과 정부 문화 정책이 말하는 미국적 경험, 즉 자유와 동일시되기 시작하는 해방된 감성을 말하는 것이다. 거창한 듯한 해석이지만 이 커다란 화폭 위를 춤 추듯 놀고 있는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 마치 물총놀이 같다. 그래서 그런지 실로 붓으로 쏘는 물놀이에서 필자는 ‘스트레스를 벗어 던지고 나를 찾아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자유와 해방을 찾는 젊음의 물줄기처럼 말이다.

 

 

▲ (좌)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 장면, (우) 잭슨 폴록, 가을 리듬(30번), 1950, 캔버스 위 에나멜, 266.7 x 525.8 cm


또 다른 물줄기는 조용한 공감과 시원한 상상을 주고 있다. "쏘 쿨~(So cool~)" 이라고 누군가 표현했던 MOMA(뉴욕현대미술관)의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이  한 설치미술 ‘레인 룸'(Rain Room)은 2013년 여름 비를 맞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 행렬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7cem71cR0S0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젖은 사람은 없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비 내리는 전시장을 걷는 관람객은 비를 가르며 지나가고 있다. 이 시대는 어느 누구도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당신이라면 그 비를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이 신기한 광경에 관람객들이 열광하였다. 지난 2012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된 이 설치미술 ‘레인 룸'(Rain Room)은 한 번에 1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젖지 않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려 묵묵히 순서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행렬이 길다.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후원으로 진행된 지난 2013년 뉴욕의 비 맞이는 문화마케팅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일류회사의 노련미가 엿보인다.

  

▲ 지난 2013년 7월28일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레인 룸'(Rain Room). (출처 : Dylan DeRose)

 


 

▲ 랜던 인터내셔널의 '레인 룸'(Rain Room)


 

‘물총축제’ 이제 시작한 우리의 젊은 물줄기도 조만간 성숙한 여름축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 자유와 해방의 물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시작한 물총축제는 대전, 울산으로 이어지며 2014년 8월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준비 중이란다. 그러나 아직은 주변 상점들이 영업에 지장을 겪는 경우도 많고 축제 뒤 남은 쓰레기 등으로 치유해야 할 성장통이 남아 있다. 성숙하고 시원한 물줄기를 기다려 본다. ‘레인 룸'(Rain Room)에 내린 비처럼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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