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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의 여섯번째 사과를 기다리며

  • 2014.09.16(화) 12:31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공개했다. 이중 럭스 아이폰6(Lux iPhone 6)은 한입 베어먹은 다이아몬드 사과를 금과 은에 담그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고급스러워 보인다. 특히 애플 사과 로고가 번쩍이는 보석으로 되어 있어 더욱 눈에 뜨인다.

 

판매가는 4500달러(465만원)에서 8800달러(909만원)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베이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 약 3~4주까지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정가의 약 50~60%의 프리미엄을 제시하면 좀 더 빠른 구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1차 출시 대상 9개국에서 한국과 중국이 제외되자 가까운 일본에서 해외직접구매를 하려는 한국 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 (좌)골드 아이폰 6 (우)고대 이집트 파라오 무덤의 황금마스크

 

골드 아이폰 6. 마치 신의 살로 표현한 고대 이집트 파라오 무덤의 황금마스크를 보는 듯하다. 저승 세계를 믿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타국이나 사막에서 죽는 것으로 사후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자신의 육체가 훼손되어 사후세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영원히 아무것도 없는 ‘무’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육체에 혼이 깃든다기 보다는 사후에 오시리스 신의 심판을 받기 전까지 자신의 육체가 온전하여야 신 앞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때 변질되지 않는 특성으로 ‘신의 살’이라 불리는 황금으로 파라오를 씌움으로써 “사후 파라오는 오시리스와 접촉하여 새로운 오시리스 신으로서 사후세계를 지배한다”는 전설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파라오에게 황금 마스크를 씌웠다고 한다. 영원불멸의 권력을 야무지게 꿈꾸는 여섯번째 아이폰이 아닐까?

 

▲ 콜롬비아 보고타의 ‘황금박물관’ 소장의  '음악 뗏목'(La Balsa Muisca)

 

또한 엘도라도 전설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엘도라도(El Dorado)란 원래 '금가루를 칠한 인간'을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나왔지만, 나중에는 '황금이 있는 곳' '황금의 나라'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남미 콜롬비아의 보고타 고원지대에 있는 구아타비타 호수를 엘도라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곳에 살았던 치브차족은 매년 신에게 제사를 드렸는데, 그 의식이 상당히 독특했다고 한다. 제사 때마다 추장은 몸에 금가루를 칠한 다음 에메랄드를 비롯한 각종 보석들을 배에 잔뜩 싣고 호수 중앙으로 나가 종교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함께 배에 올라탄 신관이 보석을 호수에 던지면 추장도 호수에 뛰어들었다. 물론 추장은 물 위에 떠 있지만 몸에 발랐던 금가루는 물에 씻겨 호수 바닥에 가라앉았다. 그래서 호수 바닥에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된 의식으로 황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이 전설이 이 시대의 부를 지닌 인간이고픈 '금가루를 칠한 아이폰 6'로 변신하여 나타난 것은 아닐까?

 

▲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8~1909. (Ö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 Vienna, 180 cm × 180 cm)

 

못다한 애절한 사랑을 향한 클림트의 황금빛 키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애로티시즘의 대가이자 천재화가 클림트. 클림트의 작업실에는 언제나 나체의 여인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그의 그림 모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의 작업실을 그린 그림을 보면 나체의 여인이 클림트에게 음료수를 가져다 주거나 곳곳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클림트는 지난 1903년 이탈리아 여행 중 라벤나 성당에 있는 황금 모자이크의 영향을 받은 후 금과 황금에 집착하게 되고 당대의 미술뿐만 아니라 아시아, 이집트, 미케네 미술에 대한 양식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여러 여자모델들의 누드화를 작업한 그가 한 여인의 그림만큼은 그릴 수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에밀리 플뢰게. 수 많은 여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하룻밤을 보냈던 클림트이지만 에밀레 플뢰게에게는 키스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애절한 마음은 ‘키스’작품으로 탄생되었다. 클림트는 동물성 접착제를 혼합한 ‘제소’라는 것을 사용하여 금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키스' 속 남녀의 의복, 꽃밭 등에 금이 사용되었다. 배경 전체에도 금으로 번쩍인다. 이 그림을 본 에밀리는 그의 애타는 마음을 받아줬다. 그리고 27년간 정신적인 사랑을 나눴다. 그 어떤 육체적 관계 없이,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 했다. 수줍은 절제의 황금빛 사랑. 옛날 동양의 사랑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클림트의 황금색 키스가 느껴지는 듯한 아이폰 6.  절제미학(Less is more)을 외치던 아이폰이 황금으로 사랑을 속삭이려는 것인가?

 

▲ 클림트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

 

애플의 CEO 팀 쿡이 선보인 황금의 아이폰 6. 팀쿡은 스티브잡스의 타계 후 혁신적 새로운 IT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위한 새로운 색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세계 최고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중국과 부와 권력을 동경하는 그들이 선호하는 황금색. 그리고 지난해 ‘샴페인 골드’라는 색상의 아이폰을 과감히 출시했다. 결과는 대박. 발매 즉시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도 품절 사태가 일어났다. 암시장에선 대당 수백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자가 아닌 영문명(iPhone)으로만 표기한 세련된 ‘이국적 이미지’는 철저히 고수하면서 중국인이 선호하는 황금색으로 ‘현지화와 이질화’는 성공했다. 이제 황금색에 수줍은 듯 검은색 띠를 살짝 두르고 다이아몬드 애플 로고를 달고 나타날 여섯번째 아이폰이 중국에서 무슨 일을 낼 지가 사뭇 궁금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와 남미 대륙을 지나 클림트의 유럽적 고풍의 세련된 황금색으로 사랑을 속삭이며 아시아 대륙을 황금으로 물들이려나? 권력, 부와 사랑까지 모두 황금에 담아서….. 음~ 스티브 잡스가 뭐라 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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